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도화 Oct 17. 2024

육각형 배우자 찾기 전에 4각형 먼저 채워보자

심리학도가 최종 정리한 결혼할 때 고려해야 할 배우자의 4가지 모습

요즘 '육각형 배우자'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필자는 틈나는 대로

현재 내 애인은 정말 육각형 배우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스스로의 물음을 던지곤 한다.


인생의 가장 중차대한 것이 결혼이라던데, 

그 결정을 내리려면 돌다리도 100번이 아니라 439201번 정도는 두드려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육각형은 자본주의 사회의 조건적인 프레임일 뿐이고,

심리학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필자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배우자의 4가지 모습을 정리해본다.


1.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어제 같이 저녁을 먹은 직장동료의 남자친구 A씨는 다투거나 본인이 화가 나면 

"우리는 너무 달라서 해결할 수 없어! 그냥 헤어지자." 하고 통보한 뒤, 집으로 휙 가버린다고 한다.

 그러면 남겨진 사람은 일방적으로 쉽게 헤어짐을 듣고 괴로워 하다가 시간이 지난 뒤 A씨 본인이 기분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재결합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5-6번 지속되다 보니 나의 직장동료는 이 사람과 결혼은 절대 못하겠다고 느꼈다고... 

(아니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헤어져야하는 커플이다.)


결론> 연애와 결혼에서 '갈등'은 필수불가결한 놈이다. 그 놈을 어떻게 잘 해결할지가 주어진 과제일 뿐.




2. 자신의 존재가치가 불안정하지 않은 사람

 대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감정변화가 급격하다고 한다. 사소한 일에도 거부받거나 예상과 달리 흘러가면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나는 매력없는 사람" 이렇게 사고가 흘러가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와 연결된 사람들은 날이 서있고 예민할 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균실>에 들어가는 것인데, 세상은 무균실이 아닌 것을.

.

어쩔 수 없지, 예민한 자기자신을 무던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수련하는 방법 밖에는!

작은 사건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생각이 꼬이기 마련이고 스스로를 피곤함의 울타리로 몰아세우게 될 것이다. 


결론> 안정적인 자아를 갖추어야 결국 안정된 결혼을 이끌어갈 수 있다.




3. 직접대화가 가능한 사람 (간접대화의 부작용)

"자기야 나 지금 000 때문에 화가났어. 마음이 속상해" 라고 말하는 능력은 정말 어렵고도 대단한 것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나 자신도 직접대화법을 사용하기가 오글거리고, 일상적이지 않다고 느끼는데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화법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류분석에 따르면 있는 그대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화났을 때, 상대방에게 비아냥거리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수동적 공격으로 남을 비꼬면서 이면교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흥분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배우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습방법일 것이다.


[잘못된 예시] 

"지금이 몇시야!!!" (속마음 - 자기가 늦게 들어와서 속상하고 걱정되었어)


결론> 자신의 감정을 주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배우자와의 갈등을 줄이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애초에 직접대화가 가능한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4. 헌신, 희생할 수 있는 사람

우리 집은 모계사회였다. 보통 어머니가 목소리가 크시고 아버지는 맞춰주시는 쪽이었다.

아버지는 꽤나 희생적이고 관계에서 져주는 역할을 담당하셨다. 

예전 불효자 시절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엄마말이 다 맞고 아빠말은 틀려. 아빠는 엄마보다 못난 사람인가봐' 라고 나도 모르게 아빠를 낮게 보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결혼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나이가 되어보니, 아빠는 사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져주고 있었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물론 어머니 역시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시며 많은 것을 희생하셨다)

"아빠는 왜 항상 엄마한테 져?" 라는 나의 예의없는 질문에 아빠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야~ 아빠가 지는게 아니라 일부러 져주는거지. 그리고 그게 사실 이기는 거야. 너희 엄마 귀엽지 않냐?" 

나는 아빠같은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만큼은 아빠의 이런 면을 닮은 배우자를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론> 상대방에 대한 희생과 헌신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용기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떤 배우자가 되고 싶은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

나의 남자친구(예비 배우자)는 늘 차로 30분 거리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준다.

나는 매번 그의 차에서 내릴 때 "오늘도 데려다줘서 고마워" 라고 이야기하며 그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그에게 감사표시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서 늘 고마움을 표시하고 상대방의 배려를 익숙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부부가 되면 너무나도 서로의 존재가 당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부로서 늘 경계해야 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내 옆에 있는 내 연인, 배우자는 절대로,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요행을 바라지 않는 사람

쉽게 말하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라는 마인드와 같은 맥락이다. 


첫째,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며, 그 대가로 부모님의 의견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원받은 만큼, 나도 양가 부모님께 드려야하는 어떤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둘째, 상대방의 월급과 소득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 돈을 많이 벌어오는 배우자라면, 어쩔 수 없이 가정에 소홀하게 되는 것이며 돈을 많이 벌지만 가정에도 '당연히' 충실해야지! 라는 생각은 나 자신을 괴롭게 할 뿐이다. 

상대방의 월급과 소득은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므로 <당연히 우리가족을 위해> 라는 마인드는 좋지 않다.


그것은 어찌보면 요행을 바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요행은 감사한 것이지,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



결론적으로, 결혼할 때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어떤 것을 양보할 수 있는지' 그런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내 연인이 나에게 헌신적인 사람인가?를 체크해보기 전에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어떤 것을 내려놓고 타협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1~4번이 상대방에게 해당되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나는 위에서 말한 4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보고 되돌아보는 자세는 어떨까?




최종 결론>

결혼, 내 입장에서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것은 도둑놈 심보이다.

내가 잘한 결혼은, 상대방이 생각했을 때는 망친 결혼일 수 있다.


그러니 "00이 결혼 진~짜 잘했더라" 라는 말 대신,

"00이 아내/남편 결혼 진짜 잘했더라~~~" 라는 말을 듣게 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자.


그리고, 최소한과 최대한을 헷갈리지 말자. 

'최대한' 육각형을 골고루 가득 채운 배우자를 만나면 좋겠지만,

'최소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인간적인 덕목을 갖춘 사람을 만나야 한다.

 

따라서 '육각형 배우자' 와 같은 조건적인 프레임에 갇힌 생각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족'을 꿈꾸는 것이지, 미래의 사업파트너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것이지, 동업자를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안정된 자기가치감을 가진채로

꼬이지 않은 직접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헌신적인 사람.

 

그것이 정말 좋은 사각형 배우자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연애할 때 늘 지우개를 달고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