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스케치를 계속 수정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수용하게 될 것이니
수채화를 그려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만한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다.
30년을 같이 산 두 사람이 만난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면에 이끌리지만, 1년만 지나도 아니 사실 6개월만 지나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사람... 내 원래 생각과는 꽤나 다른 걸...?'
우리는 연애 초반에, 어떤 사람에 대한 스케치를 하고 관계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스케치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그린 초안일 뿐이다.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의 색채를 더해가다보면, 내가 그린 스케치와 다른 부분에 색을 칠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초반의 스케치를 수정할 수 있어야하고 그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그려왔던 그 사람에 대한 밑그림을 바꾸지 않고
거기에 맞춰서 상대방에게 색을 칠하려 한다면.
그 그림은 결코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없다.
연애는 내가 처음에 그렸던 그 밑그림, 나의 예상 스케치를 계속해서 깨뜨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
그리고 그것에 주저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지녀야한다.
결혼한 이후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0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3개월 만에 이혼한 지인의 지인이 있다.
"막상 결혼하고 보니, 연애 때랑은 너무 다른사람이더라. 그래서 이혼을 결심했어."
이 경우 지우개로 상대방의 밑그림을 지운게 아니라 그림 자체를 지워버린 케이스.
7년을 만나고 몇달 전에 결혼한 친한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도화야,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서 나는 이 사람을 거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새로운 모습들이 많더라. 미지의 세계인 것 같아. 결혼은."
<그러게요 언니, 결혼은 약간 미지의 정글을 탐험하는 느낌이겠네요.>
너무 먼 미래까지 애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그린 스케치는 계속 수정해 나가야하니까.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처음에 반한 그 사람의 모습의 일부 밑그림은 그 자리에 남아있어 주기를.
우리의 처음 추억을 어느정도만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