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냄새 나는 뭣 같이 생긴 애

by 최호랑

여고에 다녔던 나는 또래 남자가 무척이나 어렵고 좋았다. 그들을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교회였고, 불문율처럼 나는 한 교회 오빠를 좋아했다.


그 오빠는 늘 파란색 피죤 향을 폴폴 풍기며 걸어 다녔고, 회색 후드티가 참 잘 어울렸다. 나는 그 뒤로 후드티가 잘 어울리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을 정도였다. 섬섬옥수인 손은 볼 때마다 설렜다.


교회에서 다 같이 치킨을 시켜 먹던 날이었다. 하나둘 자리를 잡는데 하필 그 오빠가 내 앞에 앉았다. 주책맞게 뛰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치킨을 씹어 삼켰다가는 그대로 튕겨 나올 지경이었다.


"자, 맛있는 거 먹어."


한참을 깨작거리고 있는 내 앞접시에 오빠가 닭다리를 놓아줬다. 나는 닭가슴살 좋아하는데…. 말도 못 하고 고개만 까딱거렸다. 둘 다 내향적이라 먹는 내내 별말은 없었다. 기름 냄새 때문에 니글거리는 건지, 설레서 울렁거리는 건지 몰라 콜라만 벌컥벌컥 마셨다.


그 뒤로도 오빠는 나에게 다정했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가 하면 마이쮸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 것 하나에도 심장이 뛰던 낭랑 18세였다. 오빠 앞에서는 내 외모 따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빠도 내 흉터나 겉모습 따윈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예배가 끝나면 남학생들은 다목적실에 모이곤 했다. 혹시 오빠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집에도 못 가고 어슬렁거리기 일쑤였다. 그날도 서늘한 복도에서 오빠 목소리가 들릴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야 걔한테서 돼지 냄새 나잖아."

"생긴 거 진짜 뭣 같지 않냐?"


내 이름이 어렴풋이 들려 문 가까이 다가간 순간, 들으면 안 될 걸 듣고 말았다. 문 너머로 낄낄대며 웃고 있는 오빠도 보였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며 엉엉 울었다. 사고로 망가진 얼굴이 진짜 뭣 같이 생긴 것 같았다.


그나마 몸이라도 가볍게 하면, 내 얼굴의 결함이 덜 눈에 띄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더 보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날부터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살을 못 빼면 정말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루에 바나나 한 개만 먹었다. 인강을 보면서 사이클을 타거나 훌라후프를 돌렸다. 그렇게 두 달 만에 20kg이 빠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내가 미웠다. 살은 덜어낼 수 있었지만 사고의 흔적은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었다. 살을 빼면 뺄수록 앙상하게 드러난 뼈대 위의 흉터만 더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마르기라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자주 먹토를 했고, 변비약을 10알씩 삼켰다. 내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지고 있었다.


그 뒤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예쁘다고 해도 늘 믿지 못했다. 그들은 내 얼굴의 상처를 보고도 예쁘다고 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가엾게 여겨 거짓말을 하는 걸까? 예쁘다는 상대의 말은 내 얼굴의 흉터 위를, 그리고 앙상하게 마른 몸 위를 서성이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하지만 아주 작은 궁금증이 일렁이기도 한다. 그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중 과연 어떤 게 진짜 '나'일까? 상대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고맙다고 답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를 괴물로 여기는 일은 멈춰보고 싶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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