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는 여자

by 최호랑

나는 매일 우는 여자다. 버스에서도, 길에서도, 식당에서도 운다.


사고 당시 눈물관이 찢겨 제 기능을 잃은 탓에, 눈물은 늘 순환되지 못한 채 넘쳐흘렀다.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 보기도 했고, 그냥 흐르게 두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사연 있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친구들, 선생님, 하다못해 처음 보는 사람도 툭하면 나에게 왜 우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구구절절 내 사연을 읊을 수도 없는 노릇. 참 난감했다.


결국 또 수술대에 올랐다. 실리콘 눈물관을 삽입하는 수술이었다. 사고로 형태가 일그러진 얼굴뼈 사이에 관을 억지로 넣어야 했다. 30분이면 끝난다던 수술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부분 마취가 점점 풀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꼈다. 수술실에서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울지 않기 위한 수술인데, 울고 있다니.... 아이러니했다.


수술 후 눈물 없는 생활이 몇 개월쯤 이어졌을까. 눈 안에 모래라도 들어간 듯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굴릴 때마다 어딘가에 턱, 걸리는 느낌이 났다. 이상하다 싶어 거울을 보고 눈알을 왼쪽으로 끝까지 밀어 봤다. 흰자에 구멍이 뻥 나 있었다. 흰자에 구멍이 날 수 있던가? 교과서에서도 본 적 없는 기괴한 모습에 손이 덜덜 떨렸다. 이러다 눈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엄마, 나 눈에 구멍 났어.”

“그게 무슨 소리야? 봐봐.”


내 어떤 모습을 봐도 놀란 기색 한 번 내지 않던 엄마가 어떡하냐며 얼굴을 부여잡았다. 뭔가 더 큰 일인 것처럼 느껴져 울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를 걱정시키긴 싫었다. 신기하지 않냐며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엄마는 그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꽉 안았다.


“병원 가자. 일단 오늘은 얼른 자.”

“나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성적이 중요해? 너 이러다 앞 못 보면 어떡할 거야.”

누구보다 내 성적에 예민했던 엄마다. 공부라도 잘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며 시험 기간마다 새벽까지 나를 감시했던 엄마다. 그런 엄마가 밤 10시에 울음을 참아가며 내 책을 덮고, 이불을 펴고, 불을 껐다. 어쩐지 더 무서웠다.


다음 날 병원에 도착하니 의료진 전부가 내 눈을 보자마자 아연실색했다. 마취도 없이 응급 처치가 시작됐다. 좁은 뼈 사이에 박혀있던 실리콘 관을 있는 힘껏 뽑아냈다. 생살이 뜯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참 별일 다 겪는다고 생각했다.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눈물은 다시 줄줄 흘렀다. 수술 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는 달라졌다. 이제 나는 내 눈물을 억지로 닦거나 숨기지 않기로 했다. 넘치면 넘치는 대로, 흐르면 흐르는 대로 두는 것이 가장 나답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그래. 난 매일 우는, 사연 있는 여자다. 그게 나인 걸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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