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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에누 Nov 28. 2024

[일과 놀이 사이]          내기게임의 법칙

찌질한 승리보다 당당한 패배!

  운동, 체육, 스포츠, 게임...
비슷한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개념과 어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운동은 의무감 또는 사명감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육은 정신적인 부담을 덜고 몸에 집중하는 활동에 가깝다.  하지만 생활체육, 생존체육, 생계형 체육 등의 무게 차이는 있다.


  운동은 자칫하면 노동이 될 수도 있다. 목적만 있고 재미가 없으면 지루한 반복행위에 그칠 수 있다. 체육이라고 해도 그렇고 스포츠라고 고쳐 불러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운동, 체육, 스포츠가 게임의 모양새를 띠는 순간 얘기가 확 달라진다.
게임은 스포츠를 재미의 신세계로 이끈다.



  

  테니스, 탁구, 당구, 야구, 농구, 골프 같은 운동이 재미있는 이유는 스포츠에 게임의 법칙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점수라고도 하고 스코어라고도 불리는 숫자를 두고 티키타카하는 맛이 선수와 관객을 흥분하게 하는 것이다.

  축구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스코어의 변동이 많진 않지만 패스와 드리블, 공격과 수비의 변화무쌍한 공방전이 숨을 죽이게 만든다.
수영이나 육상, 격투 종목이라고 다를 건 없다. 속도의 나노게임, 인내의 극한게임에는 어김없이 숫자와 스코어가 실재한다.

  러브 15  30  40 게임 등의 점수로 치환되는 게임룰 없이 랠리만 지속된다면 테니스는 얼마나 심심할까? 듀스와 매치포인트는 테니스와 탁구, 배구, 배드민턴을 극도의 긴장과 몰입으로 끌어올리는 절묘한 장치다.

  게임에는 숫자의 냉혹한 질서가 있고 승패에는 게임 머니의 비정한 결과가 따른다.
내기가 심해지면 도박이 되지만 우정과 의리를 지키려면 경계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창의성'의 연구에 평생을 바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제안은 내기의 죄책감에 면죄부를 준다.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이라는 책의 핵심을 소개한다.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

  이 책에서 그는 도박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내기는 행복감을 유지하는 비책이 될 수도 있음을 경험으로 증명했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아무 말 대잔치가 주는 몰입감과 유사하다.

  심심한 게임이 싫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내기를 즐긴다. 몰입감을 유지하면서 상도의를 지키는 묘수가 있다. 바로 핸디캡 스코어다.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라면  치수 산정을 두고 신경전을 해본 경험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4구의 경우 30 50 80 100 120 150 200 등의 승점 목표치를 두고 사전에 기싸움을 하기 일쑤다. 중, 하수의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고 고수들의 풍경은 좀 더 우아할 것이다.

  골프에서 고수가 하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사하는 핸디캡 스코어와 다를 바 없다.
언더나 싱글 플레이어는 보기 플레이어와 백돌이에게 10점, 20점을 핸디로 주고도 남는 장사를 한다.


  당구든 골프든 내기 게임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납득할 수 있는 치수와 핸디를 정해 놓고 펼치는 가벼운 내기는 무죄다.


내기는 가볍게, 승부는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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