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는 늘 소비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TV를 시청하는 것도
때론 어떤 공원을 걷고, 집에 들어가고, 운전을 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나는 늘 소비만 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내게 이미 주어진 대안들 중에서
선택했고, 사실 그 선택들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느낄만했다.
메뉴를 고르거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고르거나... 그런 것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미 세상에는 모든 것이 만들어져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소비만 하면 되었다.
누구도 내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참 풍요로운 세상이면서 참 만들어진 세계에 갇히기 쉬운 세상이었다.
그런데 깨닫게 되었다.
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생산이라는 것을
심장이 생기고, 위, 췌장, 손가락, 발가락, 눈, 코, 입, 머리카락...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자라고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엄마는 모유를 만들게 된다.
정말 말 그대로 생산자였다.
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나는 세상의 반쪽만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짧은 시 한 줄
새로운 악장
날마다 차려지는 밥상
조금씩 자라나는 화초들...
친구에게 보내는 짧은 텍스트까지
그래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져가고 있는데...
왜 무기력하게 소비만을 강요당한다고 생각했을까.
그것 때문에 왜 의기소침했을까.
이제는 무언가 또 새로운 것을 만들고 함께 나누는 삶을 함께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