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by 한운희

저는 요즘 혼잣말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일에 집중할 때면 어느새

혼잣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랄 때가

있지요.

처음에는 일부러 그랬습니다.

성격이 급한 탓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아

한 가지 행동을 할 때마다 천천히

말하며 움직이기 위함이지요.


오늘은 지인에게 병어를 많이 얻어왔습니다.

난생처음 병어조림에 도전해 보려고요.

인터넷 레시피대로 생선을 손질해 봅니다.

순서대로 꼬리를 절단하고 지느러미와 내장도 조심스레 제거합니다. 양이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혼잣말을 하면서 진행하니 사뭇 여유도 생기고 실수도 줄어드는 기분이네요. 손질을 마치고 남은 병어들은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습니다.

괜스레 마음도 넉넉해집니다.


이제는 야채손질 시간입니다.

감자껍질을 벗기며 감자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감자야 많이 춥진 않니? 군데군데 상처가 너무 많이 나서 아프겠다. 썩은 부분은 깨끗이 도려내고 내가 말끔히 씻어줄게~


양파에게도 말을 걸어봅니다.

매운 냄새 때문에 기침은 많이 나지만 껍질을 벗겨낸 너의 말갛고 뽀얀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양념장을 만들 때도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대화를 나눠 보았습니다.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등이 잘 어우러져 짭조름하니 간도 딱 맞네요. 고맙다는 눈인사를 잊지 않고 병어조림을 가스불에 앉힐차례입니다.

다이얼을 돌리며 마법의 주문을 걸어봐야지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얍~!!!



보글보글 끓고 있는 병어조림 냄새가 금세 맛있게

퍼져갑니다. 달큼하고 알싸한 냄새가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갈치조림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지네요.


엄마는 항상 부엌에 계셨지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탓에 큰소리 한번 낼 수 없었던 엄마는 버릇처럼 종종 혼잣말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 속에는 삶의 애환과 탄식등 당신의

모든 감정이 깊숙이 들어가 있었을 테지요.

엄마는 나름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한 번은 속상한 일이 있으셨는지 부엌쪽문에 앉아 흐느끼는 엄마의 뒷모습을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렸던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위로해 드릴 용기가 나질 않았었지요.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혼잣말을 하시며 우시는 엄마의 어깨를 마음으로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얼핏 청승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엄마의 혼잣말은

나의 혼잣말과 결이 많이 다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핍과 상처를 단순히 배설하는 행위로만 끝내지 않고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되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지금 엄마에겐 더 이상 모셔야 할 시부모와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지만 아직도 엄마의 혼잣말은 계속 진행 중이랍니다.


언제 어디에 계시든지 묵주알을 소중히 돌리며 조용히 기도문을 읇조리기 때문이지요. 묵주알이 한단한단 올라갈 때마다 가족을 위한 , 이웃을 위한

사랑도 조용히 쌓여갑니다.

그리 시끄럽지도 않고 짐짓 하찮아 보이는 그 작은

행위와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진심과 세상을 향한 평화의 전구가 가득 들어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나의 어머니,

사는 동안 당신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워왔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가겠습니다.

단지 급한 성격을 다스리는 용도로만 쓰이는 지금의 말이 언젠가는 나와 이웃을 향한 진심 담긴 말 한마디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어느새 병어조림이 맛있게 익었네요.

생선을 꺼내 넓적한 접시에 푸짐히 담아냅니다.

국물을 자작하게 뿌리니 무척 먹음직스럽네요.

생선을 크게 발라 흰밥 위에 척 올려놓고 입을

한껏 벌려봅니다. 사르르 녹는 생선의 풍미를 느끼며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첫 병어조림 맛있게 성공시킨 나 자신 대견해~


그리고 우리 평생 말동무하며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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