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겨우내 움추러들었던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작업이요 보이지 않는 기순환의 시작점이다. 여전히 추위가 쉬 물러나지 않아 옷깃을 단단히 여미는 이의 투상스러움 울 닮았지만 이른 아지랑이 속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종, 속들의 설렘이 대기를 가득 채운다.
겨울 동안 잠시 움츠러들었던 모든 생명체는 스러진 퇴비 밑에서도 도약을 꿈꾸고 체액을 가지 끝까지 끌어올려 새순을 움트게 하는 나무의 오기와 맞닿아 있다. 얕은 얼음장 밑으로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앞으로 나가는 활기찬 에너지는 겨우내 박혀있던 돌들을 구르게 하고 수초 깊숙이 은둔해 있던 물고기의 꼬리를 살랑이게 한다. 봄은 그야말로 계절을 정비하고 재 조직화하는 과정이다. 바람은 봄바람으로 불고 흔들리는 모든 기운은 봄의 기운이니 산과 들은 울긋불긋 꽃 대궐이요, 향긋한 봄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이다. 새싹이 움튼 자리는 풋사과처럼 달콤하고 새소리도 우울함을 벗어던졌다.
사람들도 나날이 짙어가는 신록에 열광한다.
겨울 동안 입고 있던 무채색의 옷을 벗어던지고 형형색색의 무리는 거리가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봄맞이에 진심이다.
진달래 축제, 매화 축제, 동백 축제 등 전국의 봄맞이 터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야말로 꽃도 꽃이요 사람들도 꽃이요 하늘도 땅도 온통 꽃 천지이다. 사람들은 꽃구경하면서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저장하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봄은 찰나의 설렘과 영원히 잡고 싶은 아쉬움을 가진 공존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 난장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봄철 푸성귀와 온갖 한 데에서만 숨어 피는 한국의 야생화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봄동, 두릅 등의 봄나물들은 겨우내 응축한 농밀한 맛과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나와 양기를 가득 품은 봄나물은 맛은 물론이거니와 영양 면에서도 우수하다.
구수한 냉이된장국과 조물조물 무친 봄동과 고소한 두릅 전으로 만든 제철 한상을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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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준비하는 이의 손길과 그 음식을 감사히 먹는 가족들의 마음이 더해져서 봄 햇살처럼 따사롭다.
봄나물은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니다.
‘ 봄나물을 먹는 것은 봄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며 희망과 바람을 부여잡는 것이다. ’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제철 네 철이 따로 없다지만 온실 속에서 자라는 푸성귀가 자연에서 자생하는 푸성귀의 풍부한 맛과 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야생화는 또 어떠한가?
길을 걷다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에 매료되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춘 적이 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심취되어 그들이 내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다. 줄기 끝에 얌전히 피어난 꽃들이 말을 걸어오면 내 마음은 곧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보라색 제비꽃, 청초한 꽃다지, 노란 민들레, 분홍빛 현호색 등 야생화는 절대 화려하거나 나서는 법이 없다. 조그맣고 여리여리하지만 저마다의 향과 개성은 뚜렷해서 어쩌면 너무 밋밋한 외양 덕분에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겠으나 그것을 보는 눈을 가진 자에게만 그 가치가 열려 있으니 소박하지만 살뜰하다. 너의 부름에만 고개를 드는 풀잎처럼 야생초의 존재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에 그들이 주는 울림은 잔잔하지만 깊다.
야생초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들풀처럼 소박하고 청빈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의 봄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 인해 풍요롭고 다채롭다. 겨우내 척박한 땅과 대기의 차가움으로 견뎌 내고 오로지 참고 인내한 것들에게 수여되는 상장인 셈이다. 난 곧 맞이할 봄을 생각하며 길고 어려운 겨울을 견뎌왔다. 세찬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쉬 좌절하지 않고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길의 끝에 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다. 숱한 고비와 얼음장같이 찬 냉소 속에서도 다리를 단단히 딛고 천천히 일어나 보자. 굳은살처럼 단단히 박힌 좋지 않은 내력들을 천천히 밀어내도 보듬다 보면 어느새 봄의 전령이 마중 나와 우리를 환하게 맞이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봄바람과 함께 움직이고 모든 생명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계절이기에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새소리, 하나하나도 소중하다. 꽃은 꺾어도 봄은 꺾을 수 없듯이 겨우내 지쳤던 모든 것에 봄바람을 수여하노니 또 다른 시작을 마련할 수 있는 한국의 봄은 이처럼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