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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일단이라 했던가

by 한운희



나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성격으로 인해 난관을 겪은 적이 많이 있다. 젊었을 때에는 그것이 내 성격으로 기인한 것인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요즘에서야, 내 좋지 않은 성격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많이도 겪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삶이 출렁거릴 때가 많은데 더 이상은 나의 성격으로 인해 마음 다치고 힘들어하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진부한 말일테지만 단점은 조금씩 고쳐나가고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면서 단아(단정하고 아담하다)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오늘 밤은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밀린 책을 들여다보고 즐겨보는 영상도 여러 번 들락거렸지만 잠은 저 멀리서 아련한 손짓만 할 뿐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참에, 좀 더 나를 객관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내 장점과 단점에 대해 담담히 적어 보고 기꺼이 제삼자가 되어 찬찬히 들여다볼 생각이다.


나의 장점


책임감이 강하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맡은 일을 긍정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생각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으며 기지와 위트가 있다./ 경우가 바르다.


나의 단점


성격이 급하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지 못하다.

합리적 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이다./ 겸손이 부족하고 때로는 오만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꾸준함이 없다./ 흥분을 하면 감정이 먼저 앞선다.


훗~~~


역시나 단점이 장점보다 많다.


장점도 단점도 찾아보려면 더 많이 있겠으나 이쯤이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일장 일단’이라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세상에 출현한다. 그중엔 너무나 극명한 온도차에 스스로가 버거운 사람도 있을 테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한 세상 살다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점을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나든 단점을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나든은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다만 굳은살처럼 단단히 박힌 좋지 않은 내력들을 따뜻한 물에 불려서 조금씩 밀어내고, 보듬으며 살아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유난히도 급한 성격 탓에 너무 오랜 시간 나와 주변인들을 힘들게 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코드가 안 맞고 가치관이 다를 때에는 단 한 번에 상대를 판단하고 쉽사리 재단했다. 스스로 정의롭다는 오만함은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느라 나머지 네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끔 했다. 물론, 지금의 나도 지난날과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중이다. 또한 여태껏 살아온 족적들을 지울 수도, 지워지지도 않음을 알기에 한 장 한 장 꺼내서 손 다림질로 네 귀퉁이 어루만지며 단정히 펴보고 싶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조갈난 듯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후 그것이 마치 해갈인 양 스스로를 위로하지도 않으련다.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수 십 년간 몸에 축적된 케묵은 단점들을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철없던 자신에게 미안할 뿐이다. 앞으로는,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걸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 보아야겠다.


차를 타고


시동을 걸고


싸이드 브레이크를 내린 후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 쉴것이다.


그리고 ...


가만히 액셀을 밟아 보리라


옆차가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어도 쉬 흥분치 않고 어서 들어가라고 짐짓 여유로운

손짓도 해보면서 말이다.


분명 그 사람도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순간의 판단으로 함부로 그 삶의 전부를 예단하거나 속단하는 누를 범하지 않도록 한 번 두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이 체화될 때까지 노력해 볼 것이다. 오늘 난 나의 부족함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모르고 사는 것이 더 부끄러운 것임을 아는 처지가 되었음에 감사하고 그 마음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주어진 것에도 또한 감사하다. 과연 오늘의 결심이 삼일을 못 간다 해도

그때 가서 또 한 번 결심하면 그만이니 너무 실망할 일도 없다. 다른 이의 판단에 귀기울이기 보단 내 양심과 잣대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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