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녔던 미국 여행지 중에서 최고였던 애리조나 세도나.
숱한 미국 국립공원을 다녀도 '이곳에서 살래?'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텐데, 세도나만큼은 나중에 다시 와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곳으로 여행 오기 전, 여러 여행 정보 글에서 알게 된 세도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
"신은 그랜드캐년을 만들었지만 사는 곳은 세도나다"
내가 받은 세도나의 첫인상은 쥐라기 공원이었다. 마치 외계 행성에 온 것 같은 신비함을 함께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왜 신이 그랜드 캐년 대신 세도나를 선택했을지에 대한 대목도 이해가 됐다.
그랜드 캐년이 웅장함으로 사람을 압도한다면, 세도나는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흔들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여기에 알맞은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한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깊은 울림이 밀려왔다. 고요함 속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벅참이었다.
명상가들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여행 내내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지금 순간에 지혜를 주시기를,
나의 길을 인도해 주시기를,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쁜 마음과 생각으로 살 수 있기를.
무엇이 잘 사는 삶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훗날 뵐 때 부끄럼 없이 잘해왔다고 들을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자연 속에 있으면 그전에 고민했던 현실의 문제들이 아주 동 떨어진 일처럼 여겨진다. 웅장하고 위대하며, 그 자리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만 같은 자연 앞에 나는 아주 자그마한 존재니까. 개미같이 작은 자일테니까.
그러니 너무 골몰할 필요도 없고, 아등바등 애쓸 필요도 없다고.
주신 삶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건 필요하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선 놓을 수 있는 넉넉함으로, 그렇게 그 안에서 균형을 잡고 살면 되는 거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에게 건네주는 것 같았다,
세도나에서 트레킹을 하는 순간순간마다.
아마 그게 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희망을 가지며 할 수 있다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주니까.
사실 무엇이 현실적 인지도 저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것들이 상대적이다.
그러니 내가 무슨 삶을 살고 싶은지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며,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후회 없는 시간들을 만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