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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Feb 20. 2024

미국 개발자가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양면성

의도치 않게 코로나 시기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재택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뒤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속 원격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사회 초년생 때부터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근접한 삶을 살게 된 지도 올해로 벌써 4년 차다.



© davadventurelife, 출처 Unsplash


디지털 노마드. 최근 몇 년간 ‘MZ세대’와 함께 유행어처럼 퍼진 신조어다. 나무위키에서 더 정확한 정의를 찾아보았다.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 한다는 단어 앞에서 순서대로 멈칫한다. 이 부분이 많은 분들로 하여금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게 만든다는데, 과연 현실은 그럴까?
 
 

개개인의 업무 특성상 자유롭게 생활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은 어디까지나 일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일을 하기에 편안한 최적의 장소에서 최대한의 효율성을 끌어내야 한다.



나의 경우,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특히 여행지를 가면 하나라도 더 봐야 된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종 미팅에 참여하고 일을 해야 한다. 몸은 일을 할지 몰라도 마음은 저 멀리 해변에 가 있는, 한 마디로 몸 따로 머리 따로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물론 빨리 일을 끝내고 놀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개발일이 때로는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또한 작성된 코드를 컴파일하는 속도가 인터넷 속도에 좌지우지될 때가 많다. 심지어 회사 VPN을 사용하면 회사에 따라 공용 와이파이는 VPN과 연결이 안 되게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날에는 다시 노트북을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돌아와야 된다. 흔히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미지인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홀짝이며 일을 하는 상황’은 현실과는 살짝 동 떨어져 있다.



내 생각에 디지털 노마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직업군은 글을 쓰거나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야처럼 별다른 사람의 접촉이나 인터넷 이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 아닐까 싶다. 또한 직접 경험하고 느낀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는 분명 장점이 많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개발자’라는 직업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장단점과는 또 다른 내용일 수도 있다).


 

먼저 일반적인 장점을 나열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1. 도로 교통 체증/지옥철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도 대도시의 경우 출퇴근 시간은 피크 타임이어서 교통 체증이 심하다. 특히 보통 대도시에 살지 않고 대도시에서 벗어난 교외(suburb)에 사는 분들이 많기에 내가 아는 지인분은 출퇴근으로 하루에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도 한다. 그러니 이런 면에서는 시간을 많이 아끼게 된다.
 
 


2. 꾸밈비, 식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편한 차림으로 일할 수 있다. 코로나 때 밈으로 많이 등장한 것처럼 머리부터 상반신까지는 정장의 옷을 갖춰 입고 밑에 잠옷을 편하게 입어도 된다. 또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걸어서 밥 먹으러 갈 시간을 요리 시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덕분에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앞에서 그나마 맥을 추리며 살아가는 중이다.
 



3. 회사생활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재택근무는 최적의 환경이다. 여럿이서 함께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할 때 능률이 잘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단점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겪은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1. 건강
 더 정확히 말하면, 재택으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허리 디스크 증세가 나타났다. 어느 날 땅에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통증이 심해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것 자체가 안 됐다.
 

아무래도 혼자 집에서 일을 하면서, 일에 집중하다 보면 몇 시간이고 의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덕분에 이때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대지 않고 거북목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는 것이 허리 건강에 치명적으로 안 좋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이후에,  혼자서 우버 타고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며 척추교정전문의(chiropractor)를 찾아가서 재활치료받다가 병원비로만 (보험이 적용됐음에도) 200만 원이 넘게 나왔었다.
 
 

참조: 예상치 못한 거금을 쓰게 되면서 내린 깨달음은, 병원 갈 시간에 차라리 빠른 걸음으로 30분 이상 걷고 복근 운동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것이었다. 혹시 재택근무하시는 분들도 허리 건강 유념하시길.




2. 개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워라밸


‘집에 회사 노트북이 있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라는 말의 동의어다. 흔히 직장인의 업무 시간인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의 칼퇴근이 아니다. 유연한 출퇴근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 업무 특성상 그날 업무가 안 끝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노트북을 붙들고 있게 된다.(물론 이 때는 다른 동료들을 고려해, 슬랙은 오프라인으로 세팅해 주는 게 좋다).
 


   

3. 가끔은 무인도에 있는 듯한 느낌


재택으로 일하면서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는 sync-up meeting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가끔 1:1 미팅도 있지만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과 온라인 화상 미팅으로 얘기하는 건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지 않은 이상 한계가 있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생활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피스에 가면 어느 정도 회사에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내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감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슬랙으로만 주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간섭받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면서도, 때로는 혼자 동떨어진 것만 같은 모순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물론 위의 어려운 점들도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과 루틴을 잘 맞춰나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매스컴에 나오는 디지털 노마드의 화려한 삶은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 현실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더 고군분투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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