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도 물가가 말도 안 되게 오른 걸로 아는데, 미국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모든 물건 가격이 적어도 $2(약 3,600원)은 더 비싸진 것 같다. 특히 주식인 물과 계란값은 얼마나 비싼지. 치킨도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달걀 프라이까지 그 추세에 가담한 눈치다.
덕분에 외국에서 혼자 나와 살면서 그전에는 잘 몰랐던 장보기 요령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식비를 아끼며 생활비를 아끼는지 살짝의 노하우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외식에 음식 값만 생각하면 안 된다. 몇 년을 살았음에도 사실 아직도 이해 안 되는 문화, 바로 ‘팁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영수증에 팁이 기본 10%에 시작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18%가 기본인 레스토랑이 많다.
‘내 돈 주고 먹는데, 팁은 몇 퍼센트 줘야 되는지 신경을 써야 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신경을 최소한은 써줘야 된다.
한 번은 음식도 늦게 나오고 별다르게 서비스받은 것도 없던 곳에 팁을 15% 정도 주고 나왔다. 그러나 문 앞에서 몇 발자국 안 되어 나를 부르며 뒤 따라 나오는 서버가 ‘우리 식당 서비스가 별로였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당황해서 아니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왜 팁을 이렇게 줬냐?’라는 질문으로 팁을 더 주고 온 적도 있었다.
미국 살면서 이런 경우는 딱 한 번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만큼 미국에서는 팁 문화는 마치 우리나라 식당의 반찬 문화처럼 아주 깊게 뿌리 박힌 문화다.
문제는 이 팁뿐만 아니라 음식 텍스도 따로 붙고 어떤 곳은 서비스 이용료(service fee)라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비용까지 자동 계산되어 영수증을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 이해 안 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려니 받아들이니 나도 서비스 이용료(service fee)에다가 음식 세금(sales tax)이 이미 불어진 가격 위에 팁을 더하게 된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고 기분 전환 겸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외식이 필수일 때도 있다. 보통 약속은 당일보다 적어도 며칠 전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외식이 있는 날을 고려해 밀프랩을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요즘 식자재 가격도 올랐는데 어떤 제품으로 밀프랩을 해야 될까.
지금까지 가성비 있었던 몇 가지 제품을 골라보자면,
1. 코스트코 Rotissarie chicken($4.99, 약 6200원)
오븐에 통으로 구워진 닭 한 마리인데 불과 6천 원 안 팎이다. 이미 소금과 후추 간이 되어 있어서 별도의 요리가 필요 없이 그 자리에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그대로 먹어도 된다. 요리 방법도 통 닭 한 마리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가끔은 다시 한번 튀기기도, 또는 닭죽으로 푹 우리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1인 가구면 이 음식으로 적어도 3일은 해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미국 다른 대형 마켓인 홀푸드(wholefoods)나 월마트(walmart)같은 곳에서도 기억상 $6 (약 7,2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파니, 채식인이 아니신 분들 중 식비를 아끼고 싶은 분들은 추천드린다.
2. 물은 코스트코에서 생수 구입 또는 브리타 정수기 이용하기
미국 물은 석회수다. 물을 정수시키는 게 필수인데, 렌트하며 살아가는 마당에 정수기를 집에 설치하는 건 살짝 부담이 된다. 그래서 종종 코스트코에서 생수 40병을 대형으로 구매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도 플라스틱을 많이 배출시켜서 최근에는 브리타 정수기를 이용한다. 구매 전에는 브리타 정수기가 잘 작동하는지, 물맛은 괜찮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몇 년을 쓴 지금, 개인적으로 물맛도 일반 정수된 물과 별다르게 차이점을 모르겠고 브리타도 종류가 여러 개여서 그중에 제일 좋은 걸 사면 마음에 안심(?)이 든다. 만약 학생이라면 대학교나 대학원 내에 있는 정수기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드린다.
3. 코스트코 연어 (연어 말고 다른 고기도 추천드린다. 미국은 고기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글을 쓰다 보니 코스트코 자체 홍보대사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자취생에게 코스트코 제품은 한 줄기 빛과 같다. 가격대비 양이 많아서 친구랑 함께 장을 본 다음 소분하고 가격을 나누기도 좋다. 특히 일반 다른 마켓에 가면 연어 한 덩이가 기본 $15(약 19500원) 하는데 코스트코는 똑같은 가격에 양은 3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어구이나 연어장으로 일주일 식자재로 돌려 먹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외식을 했을 때 음식이 남은 경우 투고박스(to-go box)를 부탁해, 남은 음식을 싸 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투고박스를 부탁하는 경우가 대체적으로 흔하고 투고 박스에 담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용기에 별다른 비용을 부과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탁하는 것에도 부담이 덜하다.
나의 경우, 미국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면서 한 달 동안 식비로 들었던 총비용은 약 $300 ~ $400 (약 39 - 52만 원) 정도였다. 한 달 장보기 비용으로 $200 - $250 정도, 나머지는 지인들을 만나며 쓴 외식 비용이었다.
가끔은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밥 요리로 식비를 절약했다. 그리고 매일 한 잔씩은 꼭 하게 되는 커피 마시는 것도, 집에 커피 머신을 들여놓음으로써 많이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식비를 아끼는 노력을 하면서 때로는 강박적으로 하루에 $10 (약 만 3천 원) 이내로 써야 된다는 생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장을 볼 때면, 비싼 가격표 앞에 한참을 주저할 때도 있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내려놓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 덕분에 당시에는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에 돈을 안 쓰게 되어 건강을 챙기는 효과는 봤었다. (지금은 이때보다 마음이 많이 풀어져서 과자도 덥석덥석 사고는 하는데, 입만 순간적으로 행복하게 할 뿐이다.) 집에서 요리를 하니, 저절로 하는 요리도 다양해지고 더 좋은 재료와 요리 방법을 알아가는 노력을 하게 됐다.
또 오랜만에 하는 외식은 설렘을 주기도 하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됐다. 외식하는 날은 특별한 날, 단비와 같은 날이었고 간혹 가다가 한 번 마시는 버블티도 매일 똑같은 일상에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일이었다.
미국은 렌트비부터 필수불가결인 주차비까지 그저 숨만 쉬는 걸로도 부과되는 비용이 많지만, 내가 스스로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는 식비 아끼기 노력 덕분에 생활력을 기를 수 있는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