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6월 17일 월요일 오후,
매니저가 오후에 갑작스러운 미팅을 잡았다. 그 미팅에는 나를 포함해 다른 SDE2 엔지니어가 초대됐다.
보통 정말 중대한 발표가 아니면 월요일 미팅을 잡지 않기에 괜히 긴장됐다. '무엇 때문에 이런 미팅을 잡았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줌 미팅에서 매니저의 첫 문장을 쫄깃쫄깃한 심정으로 들었다.
내용인즉슨, 나와 다른 SDE2 엔지니어가 일시적으로 약 3-6개월 간 우리 상위팀의 일을 돕게 된 것.
그 배경은 역시 chatGPT와 관련 있었다.
회사 내에서도 자체적인 AI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세웠으나 최근에 나온 chatGPT 4o로 인해 그 프로젝트를 무산했다는 내용. 그래서 그 프로젝트에 소속된 팀원들 중 일부가 우리 상위팀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우리 팀 포함, 그 상위팀에 속한 다른 여러 팀들에서 몇 명을 차출해 무산된 프로젝트에 속한 팀원들을 돕게 되었다.
안 그래도 최근 OpenAI와 협업한다는 내용의 공식 기사를 접했었다. 미팅에서 매니저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나와 함께 팀을 일시적으로 이동하는 SDE2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매니저한테 “visibility” 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모양이었다. 매니저 또한 여러 기업의 고객들이 우리 쪽 서비스를 쓰게 되면서 분명 이게 나와 SDE2 엔지니어에게 "Great opportunity"가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 현재 위치가 어디쯤일까-'라고 어림짐작해 보았다. 각 팀에서 뽑으려면 코어 엔지니어는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막 들어온 주니어 엔지니어는 도울 수 없으니 그 중간 단계에 있는 엔지니어를 뽑았을까 -
이런 변화에 대한 내용을 월요일 줌 미팅에서 실시간으로 들을 땐, '팀 부서 이동으로 인해 현재 내 팀에서의 영향력이나 포지션이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앞섰다. 이게 장기적으로 나한테 과연 좋은 일인지 당장 그 순간은 가늠이 안 됐다. 그래서 미팅을 마치고 J에게 내가 팀 내 이동을 앞으로 몇 달간 일시적으로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내가 보고해야 되는 매니저는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도.
그 말에 J 또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최근 공식 기사를 접했기에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말해 줬다.
일단 이 팀에서 하는 일이 회사 입장에서 우선순위에 드는 프로젝트가 되는 건 맞으며, 그동안 미들웨어 역할을 하는 우리 팀에서, 나와 함께 팀을 이동하는 SDE2 엔지니어가 원한 것처럼 더 직접적으로 고객과 일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을 덧붙여 설명해 줬다.
안 그래도 며칠 전 나와 격주로 짧게 얘기를 나누는 Senior Site reability engineer가 "일을 하면서 너무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기보다는 변화를 줘야 된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 말에 공감했지만 당장 지금 내 상황이 변화를 주기엔 이것저것 고려할 요소가 많아서 "시험 삼아 나중에 잡 인터뷰는 다시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한지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내가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적으로 생긴 변화가 신기하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J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은 안심도 되고 '새로 찾아온 변화도 잘 맞아보자'라는 다짐을 했다.
그동안 스스로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막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니 내가 이렇게나 쉽게 주저한다는 걸 알게 됐다.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아직 정확한 프로젝트가 있는지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대형 고객들이 더 많이 우리 서비스를 쓰게 되었으니 분명 지금보다 더 디렉트로 그 고객들과 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리고 하루의 일을 마무리할 때 매니저에게 온 DM
모든 게 잘 되고 있고 잘하고 있으니 나에게 맡겨진 일들도 잘 마무리 짓고 새로운 팀에서도 똑똑히 효율적으로 일잘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