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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ul 25. 2024

미국 회사생활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자세

개발자 3년 차에 알게 된 것

현재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 지 4년 차.



입사 처음부터 풀재택으로 일을 했기에 미국 회사 문화가 어떤지 피부로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온보딩(onboarding)조차도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많이 헤맸는데, 그나마 이제는 축적된 시간 속에서 미국 회사는 무얼 중요시 여기는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아가는 중이다.



그중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Integrity"다.





인테그리티(integrity).



구글 번역으로 직역하면 "진실성"이라고 나오지만 그 자세한 뜻을 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그동안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세이노의 가르침'에 나오는데, 저자는 "자신이 옳다고 믿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과 행동을 통해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언행일치의 자세를 의미한다.





내가 이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개발자 3년차인 2023년 3월이었다. 팀 내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배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테스팅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하필 이때 맡은 업무 중 하나가 테스팅 환경에 관련된 PR(Pull Request)이었는데, 다른 엔지니어의 업무 B가 먼저 선행되어 끝마쳐져야 했다. 문제는 그 엔지니어가 다른 업무 C로 인해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 B를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게 주어진 다른 업무를 시작하며 업무 B가 끝마쳐지길 기다렸다. 이후, 거의 매일 있다시피 했던 싱크업 미팅(sync up meeting)에서 진행상황을 보고했는데 매니저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았다. "왜 네가 B 업무를 마무리 지을 생각을 못했어?"  




매니저에게 보고하기 전, 엔지니어 C와 슬랙으로 내 상황을 이야기하긴 했었다. '내게 맡겨진 업무가 너 업무로 인해 테스팅을 못하니 혹시 내가 너의 업무를 도울 방법이 없느냐.'가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엔지니어 C가 어떠한 이유를 들으면서 자신이 셋업 한 거니까 자기 선에서 마무리 짓겠다고 대답했다. 그 말에 별다른 생각 없이 "오케이"라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적어도 나는 물어보긴 했으니까.



그래서 매니저에게도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다른 엔지니어가 자기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고 했다"라고.

그랬더니 매니저가 하는 말,


 Expand your integrity



즉, 정해진 업무 기한이 있으면 왜 B 업무가 안 끝나가는지, 그 엔지니어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대신해서 B 업무까지 끝마치라는 얘기였다.






당시에는 매니저의 저 말에 마냥 억울했다.



아예 시도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엔지니어 C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아무런 핸드오버(handover)도 안 해줬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런 답을 듣기 전 차라리 내 상황을 그 엔지니어한테 더 자세히 얘기하고 며칠 안에 가능할지 제대로 물어봤어야 했다.



그렇게 수긍하고 나니, 이전에 매니저한테 말한 내 대답이 부끄러워졌다.




한국인인 나는 인테그리티(integrity)가 마냥 생소한 단어였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익숙한 개념 같았다.



재작년 10월, 우연한 계기로 아파트 이웃 주민인 Principal engineer와 커피챗을 할 기회를 얻었다. 약 30여 년의 세월 동안 개발자와 매니저 직군 사이를 오가며 일한 이웃 주민분 덕분에 매니저와 개발자 두 입장 모두의 시선을 아우르는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일 잘하는 개발자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약 2시간의 대화 중 단연코 기억 남는 말 한마디라면 다음의 문장이다.


You have to have the integrity for yourself
너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일해야 돼



여기에서도 등장하는 인테그리티(integrity).


이웃 주민이자 Principal Engineer인 우리의 개발자 선배님은 "I got a recognition after 2 years later for what I'd contributed(난 내가 팀에 기여한 지 2년 뒤에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인테그리티를 가지고 일하되 지금 당장 일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는 것.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는 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라는 조언이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겠지만, 때로 나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세상이 억까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 건지, 열심히 한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조차 몰라 그저 답답하기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인테그리티(integrity)를 가지고 내가 지금 맡고 있는 것의 리더이자 주인공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일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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