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라이벌은 당신을 완성하는 조각이다

로버트 사이먼이 말하는 '경쟁'의 품격

by 레슬러 플라톤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스포츠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냉소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경기장 안에서 우리는 상대를 속이고, 넘어뜨리고, 제압해야 합니다. 1등만이 기억되는 세상에서, 2등은 그저 '가장 잘한 패배자'일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만약 마라톤 경기 중에 경쟁자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덕분에 내가 1등을 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승리를 '명예롭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찝찝할 겁니다. 왜냐하면, 스포츠에는 점수판의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철학의 거장 로버트 사이먼(Robert L. Simon)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승리에 목을 매는가? 그리고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는가?"


점수판 너머에 있는 것들: 내재적 가치

많은 사람이 돈, 명예, 트로피 같은 보상을 얻기 위해 뜁니다. 스포츠 철학에서는 이를 '외재적 가치'라고 부릅니다. 사이먼은 스포츠는 그것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엇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스포츠 그 자체 안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내재적 가치'가 있다고 말이죠. 야구 배트의 중심에 공이 맞았을 때 손끝에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 한계라고 생각했던 42.195km를 완주했을 때의 벅찬 희열, 팀원과 눈빛만으로 호흡이 맞았을 때의 전우애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1등을 못 해도, 돈을 벌지 못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말마다 돈을 내면서까지 땀을 흘리는 이유는, 바로 이 '안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페더러에게 나달이 없었다면: 탁월함을 향한 동반자

로버트 사이먼 철학의 백미는 경쟁자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그는 경쟁을 "탁월함을 향한 상호 추구"라고 정의합니다. 예시를 들면 이렇습니다. '테니스의 황제'로 불리었던 로저 페더러와 '흙신' 라파엘 나달을 떠올려 보세요. 전성기 시절, 두 선수는 서로의 천적이었습니다. 팬들은 그들이 서로를 미워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페더러는 나달이 있었기에 자신의 백핸드를 더 완벽하게 다듬어야 했고, 나달은 페더러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서브를 진화시켜야 했습니다.

만약 페더러가 초보자와 경기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겼겠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탁월함'은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내 안의 잠재력을 밑바닥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즉, 경쟁자는 나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나를 완성시켜 주는 최고의 '동반자'이자 '조력자'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기려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서로를 성장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사이먼이 말한 '상호 추구'의 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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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나쁜 진짜 이유: '시험'을 망치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보면 도핑이나 승부조작이 왜 나쁜 지도 명확해집니다. 단순히 규칙을 어겨서가 아닙니다. 스포츠는 "인간으로서 누가 더 탁월한가?"를 겨루는 성스러운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물의 힘을 빌리거나 심판을 매수한다면, 그것은 '나의 탁월함'이 아니라 '약물의 효능'이나 '돈의 위력'을 증명하는 꼴이 됩니다.

사이먼은 이를 두고 "시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반칙으로 얻은 승리는 '가짜 승리'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나와 내 경쟁자가 함께 땀 흘려 만들기로 약속했던 '성장의 드라마'를 반칙과 약물로 망가뜨렸기 때문입니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1등이 부끄러운 이유는, 그가 경쟁자를 '동반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여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옆자리의 동료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

이 철학은 9회 말 투아웃의 야구장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라는 거대한 리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입시, 취업, 승진... 우리는 늘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습니다. 때로는 옆자리 동료가, 거래처 직원이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할 적으로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기에, 당신도 나태해지지 않고 오늘 밤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당신의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주고, 당신의 능력을 증명해 주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진정한 승자는 경쟁자들의 시체 위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어제의 나보다 더 탁월해진 사람, 그리고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라이벌에게 "당신 덕분에 내가 성장했다"며 악수를 건네며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로버트 사이먼이 우리에게 전하는 '경쟁'의 진짜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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