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치

생각의 꼬리가 멈추질 않아.

by 젤리선생님

이직을 위해 조심스레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생각의 꼬리가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그때 그랬더라면..."

"아니, 저랬으면 좋았을걸..."

이리저리 곱씹으며 나의 상황을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끌어보려 애를 써보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50대를 훌쩍 넘긴 지금,
일자리를 찾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그만두지 말 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실업급여도 안 된다며 말을 바꾸던 상사가 싫어서,
결국 사표를 냈다.
그런데도, 자꾸만 생각한다.
'그냥 참을걸… 그냥 있었어야 했는데…'

매달 빠져나가는 돈,
남편에게 그 모든 상황을 다 털어놓을 수도 없고,
걱정은 깊어간다.
무기력한 하루하루.
내 자존감은 새 아파트 엘리베이터처럼
빠르게 지하로 내려간다.

그날 저녁.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오래된 셔츠를 꺼내 다림질을 하려다
그만 달궈진 다리미가 허벅지 위로 떨어졌다.
갑자기, 너무도 갑자기.

순간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고,
식구들조차 그 심각함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남편이 서둘러 약국으로 달려가
화상 치료약을 사 와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놀란 내 마음은 잠시 미뤄두었다.

병원에서는 3도 화상이라 했다.
걸을 때마다 쓰라리고,
더운 여름,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간호사님은 조심하라며 내 허벅지를 살펴주었다.
"흉이 남을 수도 있어요…"
다리미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운데 구멍까지 너무 잘 보인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졌다.
바보 같았다.
너무 바보 같았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캔디처럼

이력서를 다시 써본다.

메일로 보내는 것보다 내가 직접 가서

제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걸을 때마다 쓰라린 다리를 참으며 향한다.

신호등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건널까? 말까.


전화를 하지 않고 직접 간 게 오히려 이익이었을까?

내 인상은 나쁘지 않은데.

나이가 문젤까?

뜨거운 햇빛 내 마음도 더 뜨겁게 데운다.

나는 햇빛을 째려본다.

화풀이할 곳이 없어서...


그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그날 저녁.

나는 또 걷는다.

걸어야 살 것 같아 걷는다.

땀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그래도 참는다.

나도 엄마니까.


내 마음의 스크래치는 몇 개나 될까?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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