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막차에서 내려놓고 이제야
혼자 살면 집안일을 제외한 모든 게 좋을 줄 알았더니, 나는 어느새 <로봇, 드림> 속의 ‘도그’처럼 식사를 하며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게 되었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외로움을 덜 느꼈지만, ‘도그’는 창밖에서 볼 수 있는 단란한 이웃의 풍경이 부럽다.
하지만 사람들과 사귀는 것은 그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라, 그는 그런 자신과 친구를 해줄 ‘로봇’을 구매한다. 이 관계는 무거운 것들을 하나하나 조립해야 해서 어렵긴 하지만 실제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돌발적인 일보다는 훨씬 덜 아프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좋은 친구 ‘로봇’에게 안주하기를 선택한다. 둘이 마지막으로 함께한 해수욕장이 오랫동안 폐장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로봇’과 ‘도그’는 서로를 계속해서 기억하고 꿈속에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중에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영화가 한 번 틀고 세 번 틀고, 바꿔서 틀어주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정말로 크게 재생되는 <September>가 오히려 결말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심장을 조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둘이 지하철을 타고 공원에 가서 시민이 큰 라디오로 틀어준 <September>에 맞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너무 오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이후에 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든 간에.
함께 다리 아래에서 함께 본 불꽃놀이처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반짝이는 나날, 기억하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올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그걸 결정지을 6월 1일은 너무나도 멀었다. 결국 기다림의 결말은 ‘도그’가 아닌 ‘라스칼’이라는 라쿤과 ‘로봇’의 한쪽 다리였다.
‘로봇’과 ‘도그’가 서로를 너무 애틋하게 아끼고 생각하고 있어서 사실 둘 중 하나가, 또는 둘이 서로를 완전히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로봇’과 ‘도그’가 둘 다 새로운 사람(영화 속에서는 동물로 묘사되지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며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가 있어보였다. ‘로봇’은 비록 자신이 찾아 나서지는 않았지만 알을 낳으려고 해변에 내려온 새를 만나고, ‘라스칼’과 만나서 함께 경기도 보고 대회에도 나가 상을 탄다. ‘도그’는 스키 교실에서는 실패했지만 혼자 연을 날리다가 친구를 사귀었고, 그 친구마저 유럽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것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틴봇을 데려와 또다시 둘만의 노래와 춤을 만들었다. 그리고 둘의 곁에는 언제나 노래가 함께할 것이다.
그래서 ‘로봇’이 자신의 처음 친구인 ‘도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함께 공원에서 췄던 춤이다. 건물 고층에서 아래 거리까지 들릴 정도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그 춤을 끝까지 함께 출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자기는 그걸 기억하니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들은 노래를 내가 다시 만났을 때 트는 것처럼, 함께 들은 노래는 ‘로봇’의 옆에서 떠날 일이 없었고 그건 ‘도그’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마지막에 관객은 알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 같은 춤을 함께 추는 것 같은 연출이 이야기한다. 그들의 ‘9월’은 앞으로 많은 친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September>의 처음 가사처럼 기억하느냐는 물음 없이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