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by 차다식

오늘 지인이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는데 장례식장이 너무 먼 곳이라 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소를 물어봤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몇 시간 가야 나오는 곳이라 응원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누군가를 기리러 가는 감정에 예외가 있겠냐만, 이럴 땐 한 걸음에 달려가라고 땅이라도 접어주고 싶다. 제3자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또 얼마나 벗어나기 힘들까.


멋진 영화라는 평가만 들어서 몰랐는데, <러브레터>도 죽은 사람에 관한 영화였다.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산에 갔다가 조난되어 사망한 애인인 후지이 이츠키(이하 후지이)를 잊지 못한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졸업앨범에 적혀있던 애인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데, 그걸 또다른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 이하 이츠키)가 받아, 둘은 이제 세상에 없는 후지이 이츠키를 완성해간다.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등장인물의 이후 이야기는 궁금해하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중경삼림>을 본 뒤 페이와 663은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서 구글을 뒤지고 다녔는데 말이다. 하지만 후지이가 이츠키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좋아했는지, 아니면 이츠키에 대한 마음은 정리했지만 히로코가 좋았는지는 더욱더 알아가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영화가 말하는 첫사랑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너무 늦었으니 그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에만 남기자는. 이츠키의 할아버지(시노하라 카츠유키)가 자신의 아들을 업고 병원까지 뛰어가는 데에 걸린 시간을 아들의 반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처럼. 대출카드 뒷면에 중학생 시절의 후지이가 이츠키의 그림을 그려놓았다는 것을 히로코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츠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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