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

by 느긋

'2026 디지털 시대의 독서교육(초등)'이라는 제목의 직무연수 공문이 왔다. 올해 20년 만에 6학년 담임을 맡았고, 6학년 학교자율시간으로 독서교육을 정했기에 토요일 연수지만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근래 비가 와 미세먼지도 적고 유달리 화창한, 놀러 가기 딱 좋은 주말에 연수를 받으러 오신 선생님들의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강사님들도 부안과 구미에서 몇 시간을 걸려 오신 분들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연수가 더 기대되었다.


'생각의 씨앗을 심는 학급 독서 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독서와 토론 방법을 배웠다. 강사님은 학기 초에 자주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소통을 하는데 생활 지도 시 직접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아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면 늘 들려주는 책으로 '나는 돌입니다'를 소개해주었는데 각자의 속도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우리 반 22명의 학생들도 각자 저마다의 속도가 있고 계절에 따라 피는 꽃도 다르듯이 조급해하지 않는 돌처럼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이라 매우 인상 깊었다. 남들보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돌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나에게도 힘이 되었다.


저자 이경혜, 그림 송지영,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


그다음으로 '숏리딩(요약 읽기)'에 대해 배웠다. 숏폼 영상에 익숙해진 상당수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온작품을 읽는 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온작품 읽기 도움닫기를 위해 '요약 읽기'를 활용한다고 하였다. 한글 파일로 이야기를 편집하여 직접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 읽어 보게 하고, 날개 질문(글 옆에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질문)을 제시해 놓으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도 메모할 수 있고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10분~15분 정도 되는 아침 독서 시간에 요약본을 읽으면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므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그게 만약 너라면(패트리샤 플라코)'라는 제목의 사이버 학교폭력 내용의 요약 읽기 실습을 직접 해보아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매번 요약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교사로서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였다. 동학년에서 뜻이 맞은 선생님들과 역할을 분담하여 책을 만들고 공유하면 접근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온 책 읽기를 한 후 독서 질문 카드를 에듀테크 보드판에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답변을 적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도 내 교실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강사님은 현재 4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4학년 치고는 발표를 너무 안 한다고 하였다. 발표를 하는 학생들만 열심히 하여 안 하는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말문을 트이게 하는 방법으로 '시계짝과 질문 주고받기'를 활용한다고 하였다. 'clock buddies'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이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시계모양 이름이 생성된다. 시계짝이 만들어지는데 "몇 시에 모이세요!"라는 말을 하면 매번 다른 짝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한 면에 인쇄를 2매씩 하고, 70%로 줄여서 코팅하면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어 월요일에 학교에 가서 바로 우리 교실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평소 발표를 잘 안 하는 학생들의 말문을 열 수 있는 참 좋은 아이디어였다. 시계 시각은 우리 반에 있는 숫자가 쓰여있는 돌림판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 흥미진진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주말나들이를 포기하고 연수에 오길 정말 잘했다.


시계짝과 질문 주고받기

2022 개정 교육과정 6학년 국어과에는 토론수업이 많이 나온다. 20년 전 6학년을 했을 때 토론 수업이 제일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당시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소극적이어서 애를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수업 기술이 매우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연수에서 다양한 비경쟁 토론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국어 시간에 활용하면 보다 더 활발한 토론 수업이 가능할 것 같아 토론 수업에 자신감이 좀 생겼다.


1. 월드카페 토론


'이 선을 넘지 말아줄래?' (맥혜영, 한울림어린이) 내용의 일부분

월드 카페 토론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제 실습을 위해 '이 선을 넘지 말아 줄래?"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선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랑 너랑은 친하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아?'

'나랑 너랑은 친하니까 너도 나처럼 좋아하겠지?'


아이들과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면이 없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강사님 수업 안 내용 중 일부 발췌

모둠으로 책상을 만들어 모둠장을 뽑았다. 평소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모둠장을 하게 되어 토론을 진행하게 되었다. 일단 책을 읽은 후 떠오르는 주제 단어를 포스트잇에 2~3개씩 썼다. 그 단어들을 모아 토론 주제를 각자 정했다. 본인이 정한 주제를 각자 발표하고 전체적으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종이에 크게 쓴 후 그 내용으로 토론을 시작하였다. 주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써서 종이에 붙이고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모둠장만 남고, 모둠원들은 다른 모둠으로 옮겨 그 모둠에서 정해진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총 6모둠이므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활발할 수 있었다.

소규모여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이야기가 잘 나왔다. 같은 책을 보고 토론 주제가 다 다르게 나와서 재밌었다. 토론 한 바퀴가 끝나면 종이에 우리 교실 친구들 전체의 의견이 모아지는데 이를 잘 보이는 곳에 전시 하여 공유를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2. 모서리 토론

토론이라고 해서 그 결과가 찬성과 반대로만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관련 그림책으로 '이럴 때 너라면?'을 읽고 4가지 선택지가 있는 주제를 확인한다. 같은 선택지를 고른 사람들끼리 해당구역에 모여 주장에 대한 근거를 나누고 정리한다. 각 모서리 대표가 자기 측의 근거를 발표하면 다른 모서리 사람들은 그 근거를 잘 들어야 한다. 반박할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토론이 끝나고 개별적으로 다시 선택을 하게 하는데 변화가 제일 많은 모서리가 승리하는 기법이다. 교과서에는 학급 문제나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므로 모서리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알맞은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님 수업 안 내용 중 일부 발췌


3. 스펙트럼 토론

제일 인상 깊었던 토론은 스펙트럼 토론이다. 전체 학생에게 1번이나 2번의 번호를 부여해 준다. 영어교담을 할 때 많이 했던 방법으로 짝을 만들어 게임을 할 때 유용하다. 이번 실습은 '유튜브는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주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1번 줄 라인은 높은 점수부터 낮은 점수로 한 줄 서기를 하고, 2번 줄 라인은 낮은 점수부터 높은 점수로 한 줄 서기를 하여 1번줄과 2번줄이 마주보게 선다. 먼저, 각 자의 줄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수를 가진 양 옆의 사람들과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다음 마주 보고 있는 다른 줄의 사람 즉, 점수가 완전히 반대인 사람들과 열렬한 논쟁을 하기 시작한다. 교실 의자에서 일어나 한 줄 서기로 토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의견이나 아주 반대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양쪽 모두 이야기가 다 흥미로웠다는 게 신기했다. 의견을 공유한 후 생각이 바뀐 경우도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다.


강사님 수업 안 내용 중 일부 발췌

강사님이 소개해준 글쓰기 방법 중 국어 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과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었다. 이미지 사진 카드 중 한 개를 골라 만다르트를 채우고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사두었던 사진 이미지 카드 세트가 이제야 빛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시를 쓸 때나 상상하는 글쓰기를 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만다르트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비추어 사진에서 보이는 감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가 '봄'이라면 시각으로는 꽃, 개나리, 개구리 등이 있고, 후각으로는 꽃향기, 바람냄새 등으로 감각적인 단어를 채워 넣으면 된다. 처음부터 글을 써보라고 하면 어른들도 굉장히 어려운데 이 과정을 통해 머리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사님 수업 안 내용 중 일부 발췌


이 밖에도 다양한 토론 기법과 글쓰기 방법을 배웠지만 우리 반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내용만 정리해 보았다.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내가 할 수 있어도 우리 아이들이 내면화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직접 해본 후 시행착오를 겪어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가 한 상 거하게 차려있어도 내가 소화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뿐이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잘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독서와 토론수업을 하게 된다면 우리 6학년 아이들도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자! '나는 돌입니다'에서 보았듯이 저마다의 속도가 있으니 우리 아이들이 각자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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