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엔가 부쩍 느꼈습니다.
모르겠다는 것을
근데 곧바로 무엇을 모르겠는지 모르겠다는 것도 알아차렸어요
이게 무엇인지 이걸 무엇이라 칭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사뭇 낯설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아니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왜 이 자리에, 왜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심기가 썩 편하지는 않았어요
당신은 마치 도서관 끝자락 문학코너에
책 아무거나, 시집 아무거나 꺼내 펼쳐든 한 페이지 정도의
흔하디 흔한 사랑, 그러나 무언가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맑고 푸르른 해 한 줌과 눈앞에 펼쳐진 윤슬이 애석하게도
그래서 그런지 더 대비되어 그닥 밝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젖은 감자전분덩이처럼 쏟아 지듯 늘어났달까, 아님 흐물흐물 녹아내렸달까
것도 아님 스르르 무너져갔달까 싶은 그 마음들
어느새 그렇게 하염없이 형체를 잃어가는 그 심장에
물러버린 마음에, 짓눌리던 당신이었을 것 같습니다.
나즈막히 뭐 하는 거냐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만지는 대로, 삼켜지는 대로 그저 그런대로 물러버린 그 마음을 삼키다 체한 당신이
바닥을 향해 그러나 나에게 호소하였지요.
그렇게 우리는 이 낯선 마음을
때늦은 질문과 어긋난 시선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나 또한 그래야 했고, 당신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명하기 복잡하면서도 표현하긴 꽤 단조로운
굳게 머금었으나 짓물러버린 그 낯설어 불편한 마음을요
그래서,
나는 이것을 이별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