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일은 늘 ‘작가가 되는 사람들만 하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블로그에 짧은 일기를 남기는 게 전부였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거라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재미로 시작했다. 직장인의 일기 같은 글, 반려동물과의 일상, 여행 에세이까지…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따뜻한 문장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 정도 이야기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올린 첫 글은 겨우 20명 정도가 읽었지만, 그중 한 사람이 남긴 “공감되었습니다”라는 댓글이 놀라울 만큼 큰 힘이 됐다.
이후로 글쓰기는 습관이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조금씩 메모하고, 주말이면 카페 한쪽에서 글을 다듬었다. 누군가 평가할 것도 아닌데, 글을 올릴 때마다 묘한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차츰 읽는 사람이 늘어가고, 추천을 받으며 구독자가 생기자 그 떨림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좋은 글을 쓰려면 더 깊이 보고, 더 깊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점이다.
브런치에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라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지원자 중 일부가 선발돼, 실제 책으로 엮이는 과정이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반짝하는 기억이 아니라,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경쟁률은 높았고, 처음 지원했을 때는 떨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글을 묶어 하나의 주제로 정리하고, 독자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했던 시간이 내 글쓰기 실력을 크게 키워주었다.
두 번째 도전 끝에, 나는 드디어 이름이 실린 책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택배 상자를 열고 책 표지에서 내 이름을 봤을 때, 가슴이 벅차올라 한동안 가만히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거창한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이 서점에서 내 책을 직접 구입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가 되는 꿈’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무엇보다 큰 선물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회사일에 지쳐도, 뜻대로 안 풀리는 날이 있어도,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작은 용기를 얻었다는 피드백이 올 때면,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브런치는 내게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꾸준히 쓰고자 하는 동기이자 작가라는 꿈을 현실로 만든 동반자였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계속 쓰는 사람’만이 결국 작가가 된다는 사실. 브런치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자, 지금도 글을 이어가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