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를 모아보면 세단, 해치백, 왜건, 쿠페, 로드스터 정도가 있겠다. 참고로 SUV는 형태보다는 용도에 의한 분류로, 형태적인 부분에서 바라보면 왜건의 한 범주다. 간단하게 보면 왜건에서 전고와 지상고를 높이면 그게 바로 SUV다. 갤로퍼 등 옛날 SUV를 살펴보면 WAGON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00년대 이후 SUV의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왜건과 별도로 형태의 한 부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크로스오버 차들이 많이 출시되어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용어 자체는 익숙해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번에는 크로스오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크로스오버의 사전적인 의미는 혼합, 교차이며, 주로 예술 분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두 가지 형태를 섞은 형태의 자동차를 의미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하이브리드와는 자동차 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니 주의하자.
두 가지 형태를 섞은 형태라면 모두 크로스오버라고 할 수 있지만 승용차와 SUV를 섞은 SUV 형태가 가장 많다. 그래서 크로스오버 SUV, 줄여서 CUV로 많이 사용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심형 SUV도 크로스오버에 해당한다. 이는 SUV의 역사를 살펴봐야 하는데, 옛날 SUV는 군용차로 많이 사용했다. 가혹한 환경을 버티고 어느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해야 하다 보니 차도 그에 맞춰 튼튼하게 만들고, 사륜구동을 적용해 견인력과 험지 주파력을 높였다.
그러다 자동차 업체들이 군용차가 민수 시장에서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군납 되는 군용차를 바탕으로 민수화해 출시했다. 그것이 바로 SUV이며, 군용차 기반이기 때문에 각지고 투박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의 정통 SUV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군용차 기반이다 보니 활용성은 좋았지만 승차감은 대체로 좋지 않았고, 디자인도 투박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꽤 있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도로만 달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험로 주행 성능은 그다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해 세단들처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 보디 온 프레임이 아닌 모노코크를 적용, 서스펜션도 승차감에 어느 정도 고려한 도심형 SUV를 내놓게 되면서 SUV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즉 도심형 SUV는 SUV의 실용성에 세단의 편의성을 결합했기 때문에 모두 크로스오버 차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도심형 SUV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SUV이다 도심형 SUV이다 보니 여기에 대해서 따로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를 붙이지 않고 일반적인 SUV로 장르화되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크로스오버로 분류하고 있는 차량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SUV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를 살펴보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도심형 SUV들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아 니로,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페라리 푸로산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언급한 차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SUV의 형태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동급 SUV에 비해 전고와 지상고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 외 트랙스 크로스오버처럼 지상고는 그대로 두고 전고만 낮추고 루프를 날렵하게 만든 형태도 여기에 해당한다.
전고가 다른 SUV 대비 낮아 무게중심이 낮으므로 주행 안정성이 상당히 높으며, 전기차의 경우 공기 저항을 더 적게 받아 주행거리가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그 외 SUV와 쿠페를 결합한 크로스오버도 있다. 바로 쿠페형 SUV가 여기에 해당한다. 쿠페형 SUV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BMW X6를 비롯해 X4, 벤츠 GLC 쿠페, GLE 쿠페, 아우디 스포트백 모델들, 르노코리아 XM3, 람보르기니 우루스, 포르쉐 카이엔 쿠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SUV 기반으로 루프만 쿠페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래쪽을 살펴보면 SUV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윗부분은 쿠페형 루프로 인해 부드럽고 날렵해 보이는 효과를 제공한다.
반대로 승용차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도 있다. 전체적으로 승용차의 느낌이 나는데, 지상고가 높은 차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승용차 대비 지상고가 높기 때문에 험지 등에서 약간이나마 유리하고, 덩달아 시야도 높아지기 때문에 운전하기도 편해진다. 간혹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서스펜션을 세팅하는 경우도 있다.
세단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를 살펴보면 옛날에 인기가 꽤 많았던 BMW 3시리즈 GT와 5시리즈 GT가 대표적이며, 현재는 6시리즈가 명맥을 잇고 있다. 그 외 폴스타 2도 세단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이며, 최근 국내에 출시된 푸조 408과 토요타 크라운도 크로스오버에 해당한다.
왜건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도 있다. 바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와 V90 크로스컨트리가 이에 해당한다. 왜건이지만 지상고를 높이고 오프로드 주행에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세팅을 해 험지 주파력을 높였다. 게다가 해당 모델에는 SUV처럼 차체 하단에 플라스틱 부품을 장착했다. 크로스오버 자동차는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만큼,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크로스오버를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