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ch4.

by 클라우드


”결혼 생활이 불행했다고 해서 바람은 피운다는 건 합리화될 수 없어. 그건 네 변명일 뿐이지 “

마지막까지도 나를 탓하는 그를 보며, 나는 울어도 보고 욕도 해보고 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은 변하는 것이 없었다.

그의 외도를 안 후부터 나의 마음은 끝없는 터널을 달리기도, 수심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진짜 내가 너에게 잘못을 해서 네가 그런 행동을 한 거니?’

‘난 그에게 한때라도 와이프이긴, 가족이긴 했을까? 나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의미 없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행인 건가, 나는 그때 업무가 굉장히 바쁜 때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을 할 때는 내 이런 의미 없는 잡생각들이 조금이라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에게 기다리라고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었고, 나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 같다.

깨진 유리라도 붙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렇다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나는 그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놓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러나 앵무새처럼 미안하다고만 반복하며 진심으로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그를 보며 나는 점점 그 희망을 놓기로 했다.


그의 외도 사실을 안 지 약 2달 후, 우리는 사실혼 파기 합의서라는 것을 작성했다.

다행히 우리는 법적으로 부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혼신청서를 작성할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짧은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며, 각자 갖고 온 재산 그대로 나누기로 합의를 했다.

그에게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내가 결혼생활동안 알뜰하게 모았던 돈을 받았다. 돈 몇 푼으로 나의 마음이 위로가 되진 않지만.

합의서를 작성하고, 각자 집에 투자했던 돈을 나누면 우리는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는 돈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나를 화나게 했다. 돈 관리는 정확하게 하는 거라나, 나를 훈계하더라

물론 맞는 말이지만 자기의 잘못으로 헤어지는 상황에서도 저런 뻔뻔한 모습이라니,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하는 현타가 왔다.


그는 끝까지 본인이 그 여자를 속인 거라며 상간녀를 두둔하는 말로 나를 화나게 했고, 돈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나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나는 외도를 저지르고도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그 여자를 감싸는 그에게 너무 화가 났다.

잘못은 그 두 사람이 했는데, 왜 모든 고통은 내가 받아야 하는 거지? 나는 이런 부조리함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최소한 네가 잘못한 대가를 치러야지 공평하지? 나는 너무 억울해서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그때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나가며 나에게 미안하다, 잘 살라는 형식적인 말조차 하지 않는 그에게 나는 독기 서린 눈으로 말했다.

만약 그가 나에게 마지막이라도 따뜻한 말과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했더라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네가 평생 불행하길 소원하며 살게, 넌 잘살면 안 돼”



나는 그렇게 그와의 관계를 끝내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그땐 그랬다.

독기와 화로 가득 찬 나는 변호사와 상담을 했고, 그런 나에게 변호사는 미끼를 던져주었다.

“그런데 그 여자,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앞뒤 맥락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진짜로 이혼했다고 확인하고 만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랬다, 나도 그녀를 만났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변호사의 말을 들으니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도 그녀도, 그녀의 무고를 주장하며 죄가 없다고 하는데 그럼 나는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손뼉도 두 손을 쳐야 나는데, 남자 혼자 부정을 저지를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도 최소한 도의적인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에게 해를 끼치고 싶었다.

이혼 사실을 확인조차 안 하고, 그와 연인 관계를 시작한 그녀에게도 화가 났다.

‘그래, 이렇게 남의 가정 파탄시키고 모르쇠 하면서 너는 죄가 없을 것 같니?’


나는 결심했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선택을.

“변호사님, 저 상간녀 소송 하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너 때문에 바람피웠어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