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바람피웠어라는 말

ch.3

by 클라우드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김태희랑 살아도 전원주랑 바람피운다는 말, 물론 나는 김태희만큼 예쁘지는 않다.

아내들이 남편의 상간녀를 봤을 때 나보다 못생기면 더 화가 난다던데,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남편의 직장동료이자 연인이던 그 여자는 내 생각보다 더 별로 예쁘지 않았다. 나보다 1살 어린 그녀는 아직도 대학생 같은 느낌의 철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둘 사이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는 내 두 눈을 당당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진짜 이혼하신 줄 알았어요 “

나는 변호사의 조언처럼 핸드폰으로 대화를 녹음을 하면서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언제부터 만난 건지, 어떻게 관계가 시작된 건지 등등

처음에는 그냥 남편이 퇴근 후에 저녁을 먹자, 맛집을 가자 해서 몇 번 먹다 보니 연락을 하게 되고,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남편이 본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고, 본인은 그가 이혼남이었기에 고민 중이었고 남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고 했다.

“ 제가 매니저님을 만나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게 맞나요?” 그러자 남편은 이혼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의아함을 느꼈다. “아 처음부터 이혼을 했다고 말한 게 아니었나요?”

그녀는 우리의 결혼식에 축의금도 냈던 직장동료인데, 이혼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관계를 시작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행동일까?

“네, 저한테 연락하시길래 당연히 이혼한 줄 알았죠, 그걸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좀 그렇잖아요”

나는 이 부분에서 그녀의 윤리의식과 도덕적인 기준에 대한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어요, 둘이?” 나는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이 사실이 왜 가장 궁금했는지 모르겠다.

“사실대로 말씀드려요? 잤어요” 그녀는 아주 당당한 목소리로 나에게 미안한 기색이 1도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화가 난다는 표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깊은 절망감과 분노에 빠졌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 현실로 되는 순간, 내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나의 마음은 쿵, 하고 내려가 알 수 없는 시궁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더러운 기분을 너희 둘이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나는 마지막 내 이성을 끌어모아 변호사의 조언대로 그녀에게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그녀는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순순히 각서를 써주었고, 나에게 그와 한 카톡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 나중에 소송에 쓰시려고요?”

그녀는 해맑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며 그와의 카톡까지 캡처해서 주었다. 물론 이때까지는 나조차도 그녀에게 소송을 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카톡을 보니 더 기가 찼다, 그와 그녀는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으며 나에게 들키던 그날 밤에도 그 새끼는 울고 있는 내 앞에서 방문 하나를 두고 그 여자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미친 듯이 분노가 차올랐다, 만약 내가 더 대담했다면 그를 죽여버릴 수 있을 만큼 미웠다.


그 여자를 만나고 난 후, 나는 나에게 닥친 이 참담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는 없었다.

맞다, 불과 이틀 전까지 내가 사랑했던 나의 남편은 나를 속이고 배신하며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나는 바보같이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나는 그와의 부부 관계를 이어갈지, 미련 없이 청산할지에 대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혼 전의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었지만, 나는 이혼녀로서 살아가야 할 나에게 닥칠 현실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만약 그가 무릎을 꿇고 나에게 정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마지못해 받아줄 미련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좀 정리된 후에 만난 그는 계속해서 그 여자를 감싸기 시작했다.

“미안해 정말, 근데 그분은 정말 내가 이혼한 줄 알고 만났던 거야, 그 사람을 괴롭히면 무고죄로 네가 처벌받을 수도 있어”

그는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말과 함께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나름 변호사였던 자기 아버지에게 주워들은 무고죄라는 개 같은 소리를 나에게 시전 했다.

나는 그에게 욕도 해보고, 저주의 말도 퍼부어 보았지만 화가 가라앉지는 않았다.

1주일 정도 나의 감정을 컨트롤 한 뒤에 그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나는 그날은 그와 차분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 왜 외도를 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나와의 결혼생활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어”

그게 외도의 이유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외도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고 있었고, 나는 부부의 세계 남자주인공에 빙의한 그를 보면서 드라마는 정말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너 때문에 바람피웠어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나의 심장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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