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하늘을 참 좋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도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들이 가득한 하늘도 새카만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이 가득한 하늘도. 어느 하나 빼놓지 못할 매력 가득한 모습들이었다.
처음부터 하늘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을까.
한여름 밤, 평소라면 꿈나라에 빠져있을 시간이었지만 더위에 지쳐 잠을 자지 못했다. 결국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시골길을 걷다 보인 평상에서 쉬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평상에 누웠다.
누워서 올려다본 하늘은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에게 밤은 언제나 어두웠고, 무서웠다. 그러나 그때 본 하늘은 그저 어둡고 무서운 모습이 아니었다. 새카만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수놓아져 있었고 그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고 작은 별들이 내 코앞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어릴 때 느낀 그 느낌을 또 느끼게 되었다. 바쁜 요즘, 하늘 보는 일은 어릴 때만큼 많진 않지만 가끔 마주한 하늘은 힐링 그 자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언제나 ‘맑은 하늘’만을 마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제 마주한 하늘을 보고서.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는 폭염특보 문자. 오늘도 맑겠구나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빨래를 널어놓았는데 30분 만에 호우주의보 문자를 받게 되었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창 밖에서 들려오는 매서운 바람소리에 비가 오긴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일은 없었겠지만 이번에는 빨래를 걷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한 하늘은...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널어놓은 빨래 너머로, 마당에 심어진 나무에 걸린 구름들. 물기를 머금어 한껏 무거워져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구름들. 쏟아질 것처럼 무거워진 구름이 쏟아지지도 않고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가며 빠른 바람을 타고 점차 나에게 가까워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까만 먹구름이 내 머리 위를 춤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넋을 놓고 보게 만들었다. 내 머리 위로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작은 구름 조각들조차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바로 눈앞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파란 하늘이 점점 까맣게 물들어가고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자리를 옮길 수 없었다. 평소라면 찝찝하다며 비 한 방울 맞기 싫어했을 텐데 그 한 방울의 비가 기분 좋았다.
자연에 압도되다.
이 말이 어떤 느낌인지 이번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움을 준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하늘. 어떻게 시시각각 모습을 변하는 매력만점인 하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