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A - 1
길거리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킨다.
그는 어린 시절 이어폰을 처음으로 쓴 때를 기억한다. PMP, PSP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중학생이었다. 형이 가져온 PSP를 간혹 본인 것처럼 들고나가곤 했었다. Playstation Portable. 기본적으로 게임을 하라고 있는 기기지만, Mp3 파일도 넣을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는 따로 가진 게 없었기에, PSP에 mp3 파일 넣어서 들고나간 게,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인이 고른 노래를 밖에서 듣는 경험이었다.
그때쯤, 걸으면서 노래를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사용했던 걸 기억한다.
그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아니, 이것도 조금은 방어적인 표현. 그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지루하기 그지없는 시간들이었다. 최대한 그는 창가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했었다. 뒷자리일 필요는 없었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으니까. 창가에 앉아야 그 지루한 시간을 창문 밖을 쳐다보면서 보낼 수 있었다.
삶이 너무 심심하다고 여기고 있을 때쯤, 그의 손에 PSP가 생겼다. 물론 온전히 그의 것은 아니라, 형 거지만. 그는 학교에도 간혹 가져가곤 했다. 게임을 하려는 게 아니라, 노래를 듣고 싶어서.
지루한 그 시간을, 노래와 함께 보내는 게 처음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등하교하거나, 학원을 가는 길에 노래를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던 어느 때,
빠아아 앙~~~~~~~~~~~
경적소리가 갑자기 바로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바로 눈앞에서 자동차가 급정거를 했다. 창문이 내려오고 운전석에서 머리가 나오더니 뭐라 뭐라 소리쳤던 기억.
그렇게 옆으로 길을 비켜주고, 지나쳐가는 자동차의 뒤를 보면서, 그는 이어폰을 뺐다가 꼈다가를 반복해 보았고 소리를 너무 키워둬서 주변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후로 그는 이어폰은 한쪽만 끼고, 소리는 상당히 줄였다. 그건 최근까지도 그랬다.
최근에는 무선 이어폰이 나온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거기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다. 처음 노이즈 캔슬링을 켰던 때, 그는 이어폰을 처음 썼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고 무언가 자신에게 다가와도 전혀 인식하지 못할 거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낡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아파트의 계단을 내려와서, 일반쓰레기가 모여있는 곳을 지난다. 그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통이 있다. 파리가, 대충 보았을 때 손톱만 한 크기는 될 거 같은 파리가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여길 지나쳐야만 아파트 정문으로 갈 수 있다. 그곳을 지나치던 그. 문득 자리에 멈춰 서고, 햇볕은 너무나 쨍쨍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38도, 서울의 어딘가는 40도는 된다고 했던 거 같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본인이 나온 입구 앞, 의자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신다. 플라스틱 의자인가? 의자가 아닌가? 사실 그는 의자가 있는 지도 몰랐다. 두 분은 뭘 하고 계신 걸까. 대화하시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눈을 한층 찡그리고 그들을 보려고 해 보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보이진 않는다. 최근 그가 쓴 안경에 흠집이 많아졌다. 닦아도 여전히 흐릿하다. 그때, 손톱 같은 파리 하나가 그의 뒤통수를 지나친다. 위이잉. 흠칫 놀란 그는 멍하니 있던 정신을 깨우고 다시 걸어간다. 정문을 향해서. 경비실이 보인다. 천천히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덥다. 정문 앞에 자동차 하나가 지나간다.
휴대전화를 꺼내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켠다. 어디로 갈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