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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린 Mar 18. 2022

가벼움이 낳은 무관심

영화를 보다

영화 ‘  (Don’t look up) 보고




영화가 그려낸 극도의 가벼움이 오히려 무거운 여운을 남긴 영화이다.


​이 시대에 가장 진지하게 다뤄야 할 이야기를 가장 진지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어 진지함이 사라지고 그 가벼움의 끝에 무관심만이 남은 이 시대를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영화였다.


​지구를, 온 인류를 멸망시킬 혜성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영화 속 그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 ‘뉴스의 시대’가 떠올랐다.


​정치적 효용성에만 정신이 팔린 정치인

기삿거리가 되는 것만 보도하는 신문사

진지한 뉴스를 가볍게 풀어내기 바쁜 방송국

모든 것을 비즈니스의 기회로 보는 기업

관심에 취한 sns 유저들


​그리고 이 ‘뉴스의 시대’에 쉴 새 없이 누르는 좋아요로 자신의 신념과 진심 어린 관심을 표현하는 듯 하나 사실은 무관심에 길들여져 살아가고 있는 우리.


​책 ‘뉴스에 시대’에서는 해외 뉴스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뉴스를 가져온다는 것은 특보였다. 해외에서 기삿거리를 가져온다는 것은 짐을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배를 타는 것을 의미했으며, 그 오랜 항해 끝에 다다른 낯선 땅에서 그곳 주민들과 먹고 자고 같이 씻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내며 그 나라를 이해하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아픔을 이해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었으며 기자가 자국에 돌아와 그곳에서 찍은 사진과 그곳의 소식을 전할 때에는 그곳을 가지도 보지도 못한 자들의 궁금증이 그 기자의 수고와 그 기사에 적힌 한 자 한 자를 더욱 값지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구 반대편에서 1분 전에 일어난 소식도 핸드폰만 켜면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해외 뉴스뿐이 아니다. 기사, 방송, 그리고 이젠 sns까지. 우리는 수많은 소식을 너무나도 빠르게, 쉽게, 그리고 가볍게 접하며 살고 있다. 우린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누가 어떻다더라.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 앞으로 이렇게 될 수도 있다더라.


​언젠가부터 뉴스는 식사 자리 반찬과 같은 존재가 되어있다. 재앙에 관한 뉴스까지도.


​그 어떠한 소식도 우리에게 진지한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 되지 않고, 변화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 되지 않는 시대. 다시 말해,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한 시대.


그렇게 검지 손가락의 가벼운 터치 하나로 쌓이는 댓글, 좋아요, 공유 아래에는 일말의 감정조차 남지 않은 무관심만이 자라나고 있다.


​뉴스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정치인의 탓인가? 읽히는 기사만 쓰는 기자들의 탓인가? 재미만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탓인가? 돈으로 이 모든 판을 쥐락펴락하는 비즈니스의 탓인가? 관심에 목마른 sns 유저들의 탓인가? 아니면 생각 없이 뉴스의 바다에 떠다니는 우리들의 탓인가?


​영화는 결국 혜성에 의해 온 지구가 멸망하며 마무리된다.


​어린이 만화보다도 말도 안 되는 결말에 터져 나온 나의 허탈한 웃음은 어쩌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선 충분히 말이 될지도 모르는 결말이란 생각에 흘린 씁쓸한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Movie Info:

Don’t look up

Produced by Adam McKay

with Leonardo Dicaprio, Jennifer Lawrence


Book Info: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저 / 최민우 역

(문학동네,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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