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 가야지 뭐.
어렸을 땐 몰랐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당최 무슨 뜻인지.. 그냥 입에 발린 립서비스인 줄 알았다.
젊음이 무기다. 젊음 그 자체로 어여쁘다.
한참 얼굴에 불만이 많았던 20살에 주로 말총머리를 하고 다녔던 나는 같은 동네 나보다 한참 위인 언니가 매일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쁘다, 예뻐.' 하고 말해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내 보기엔 그 언니가 피부도 좋고 메이컵도 잘하고 훨씬 예쁜데.. 왜 나보고 맬 예쁘다 하는지?.. 그냥 날 위로하는 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이젠 안다.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나이 오십이 넘고 보니, 이제 젊음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나 잘 안다.
인생이 참 머피의 법칙인지.. 그 젊은 날엔 아무것도 몰랐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그냥 당연한 듯 살았고, 중년이 되면서부터 처절할 정도로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깨닫고 있다.
그 사이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세계로 바뀌고 모든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름난 백과사전과 전자사전은 이제 손바닥만 한 휴대폰 하나로 모두가 해결되는 세상이다.
유튜브 세계는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창구가 되었으니, 그 유용함에 감탄해 마지않기를 몇 년이 지나니, 이제는 오히려 정보의 홍수로 인해 어지러울 지경이 되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책만이 내면 치료사였는데, 그 한계에 다다를 즈음 유튜브를 만났다.
예약도 어려운 정신과의 문턱을 손쉽게 넘어서 대면 진료에선 볼수 없는 다정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고,
먼 길 나서 돈주고 찾아가야하는 강연회의 법륜스님도 몇 년을 뵈었고, 황창연 신부님을 통해 웃음치료를 받았으니, 유튜브 폐해에 대한 논란에 대해 차마 반대를 펴지도 못할 만큼 이해와 위로를 받았다.
김미경선생님을 통해 용기와 도전의식을 깨웠고, 김창옥선생님을 통해 공감 치료도 받았다. 이호선 교수님을 통해 50 이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나를 깨우고 생각하며 다시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볼 용기를 가졌다.
나는 결심하고 실행하며 바뀌었고, 좋은 사람들과 연이 닿으며 잊었던 삶의 열정이 되살아 났다. 외모도 신경 쓰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한참 어리고 멋진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마음이 젊어지자 몸도 젊어진 양 착각하며 만용을 부리게 되었다.
많이 먹지 못하던 맥주도 흥에 겨운 나머지 3000cc를 훌쩍 넘기고, 운동하면 괜찮다는 친구들의 말을 믿으며, 배가 터지도록 먹고 걷고 또 걸으니, 운동량은 늘어나도 살은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속이 부대끼고 답답해졌다. 살짝 꺼림칙했으나,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그 신호에 집중하지 못하였다.
어느 휴일 저녁 탈이 나고 말았다. 아랫배와 사타구니가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아파오고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로 비명을 지르며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장과 폐가 막히는 '장폐색'진단을 받고 바로 입원을 하였다. 2주 넘게 수술 없이 호스로 가스를 빼는 것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진전 없이 부풀어 오른 배는 꺼질 기미가 없고,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진통제를 맞아도 소용이 없어 엉엉 울면서 2주 이상을 보냈다.
세상 태어나 그런 고통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라, 너무나 두렵고 서럽고 괴로웠다. 2주가 넘어가자, 의사 선생님에게 수술해 달라 간절히 빌고 빌어 결국 수술을 하고 20일 만에 퇴원을 했다.
적막한 병실의 긴 생활은 그간 잊고 있던 모든 일들이 하나둘씩 스쳐가며 기억을 일깨웠다. 크게 아파보니 주저하고 괴롭히던 인간관계가 말끔히 정리되고, 미우나 고우나 살펴주는 배우자의 소중함이 각인되고, 고통에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식과 부모를 보면서, 쓸데없는 죄책감을 말끔히 씻었으니, 아픈 끝에 얻은 것도 많았다.
특히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의 생체 리듬과 기능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던 점을 크게 깨달았다. 아무리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겉 피부만 늙는 것이 아니라 몸속 장기들도 노화를 면치 못하거늘, 젊은 그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노는 것은 내 나이에 많은 무리였던 것이다.
퇴원하고 나서도 빨리 낫고 싶은 마음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만남을 강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스트레칭을 하던 중 나는 '지직'하는 느낌과 함께 두 번째로 디스크가 찢어졌다. 또다시 거의 기어가듯 신랑과 함께 병원에 가서 급한 대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환자모드가 되었다.
그 좋아하던 자전거도 먼지가 쌓이게 세워두고, 몇 년 간 하던 스트레칭도 그만두고 집안에만 누워있으니, 잠시 천국을 맛본 후 지옥으로 떨어진 듯 하였다.
허리가 아프니, 책도 못 보겠고 똑바로 누워서 할 일은 자거나 유튜브 밖에 없었다. 허리박사를 검색하고 척추의 신 정선근선생님을 만나고 나니,
아뿔싸! 그동안 해왔던 스트레칭은 모두 디스크를 찢는 자세였다는 허탈한 사실.
제일 좋은 자세는 똑바로 누워있는 자세라니.. 등에 진물이 나도록 한 달가량 누워있다가 또 움직여본다.
최대한 숙이지 않으려 애쓰며 살살 줌바를 나가고 틈틈이 걷기를 하지만 다리 저림으로 봐서는 아직도 경계 수준에 갱년기 증상까지 겹쳐지니.. 암담 그 잡채ㅠㅠ
천만에 그럴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