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초가공식품

Ultra Processed Food

by 이정현

음식이라는 이름의 마법 : 초가공식품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으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벼운 커피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을 그릇에 담고, 점심에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고릅니다. 오후의 나른함을 달래기 위해 탄산음료나 에너지바를 찾고, 저녁에는 냉동 피자나 치킨 너겟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맥주 한 잔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삶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편리하게 자리 잡은 이 먹거리들, 과연 이것을 진짜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국의 의사이자 감염병 전문의인 크리스 반 툴레켄은 저서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를 통해 우리가 즐겨 먹는 이 편리한 제품들이 사실은 음식이 아닌 산업적으로 생산된 식용 물질에 불과하다고 경고합니다. 책은 영국과 미국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 먹거리가 우리의 몸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볼 때가 되었습니다.


최근 이러한 경고는 전 세계적인 보건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1월 미국 농무부(USDA)와 보건복지부(HHS)가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사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의 핵심 메시지는 간결하고 강력합니다. 바로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는 것입니다.


미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포장된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 상태에 가까운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을 식단의 중심으로 복원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초가공식품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정의가 길고 복잡하지만, 일상에서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확인했을 때,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고 일반적인 가정집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분이 단 한 가지라도 들어 있다면 그것은 초가공식품입니다.


변성전분(원래의 녹말에 화학적 처리를 하여 성질을 바꾼 것),

전화당(설탕을 분해해 만든 액체 설탕),

가수분해 분리단백질(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추출한 성분),

정제하고 탈색하고 냄새를 제거한 각종 종자유 (콩기름, 카놀라유, 옥수수유)들을 말합니다.

합성 유화제(기름과 물이 잘 섞이게 돕는 물질),

안정제 검(식품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끈적한 물질),

감미료, 색소, 향료 같은 화학 첨가물들이 이상하게 뒤섞여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

탄산음료, 감자칩,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라면, 가공 육류, 아이스크림, 설탕 시리얼, 냉동식품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건강에 좋다고 광고하는 에너지바나 유기농 제품, 윤리적 식품 중에도 이런 초가공 과정을 거친 제품이 많습니다. 포장지에 건강에 이롭다고 적혀 있을수록 실제로는 초가공 식품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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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식품 기업들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드는 걸까요?

오로지 수익성 때문입니다. 식품 제조사가 인건비나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재료뿐입니다. 초가공 식품은 폐기될 위기에 처한 재료나 저렴한 원료의 용도를 변경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실제로 초가공 식품으로 하루 칼로리를 채우는 비용은 자연식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남기고, 소비자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게 되니 겉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인 발전처럼 느껴집니다.


저렴하고 편리한 대가로 소중한 건강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은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고혈압, 지방간, 우울증, 심지어 치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의 위험을 높입니다.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초가공식품을 지목되는데, 뇌를 교묘하게 속이기 때문입니다. 비만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중독성과 신체 신호의 교란입니다. 설탕, 소금, 지방의 비율을 뇌가 가장 쾌락을 느끼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뇌에서 도파민(기분 좋게 만드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는 약물 중독과 유사한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결국 자연 상태의 음식을 싱겁고 만족스럽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몸에는 배가 부르면 그만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레프틴(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고칼로리이면서도 식이섬유가 부족해 소화와 흡수가 매우 빠릅니다. 혈당을 급격히 올렸다가 떨어뜨려 금방 다시 공복감을 느끼게 만들고, 뇌의 포만감 신호를 방해하여 과식을 유도합니다. 우리는 의지력이 약해서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식품 산업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중독의 덫에 빠진 것입니다.


2026년 미국 농무부의 식단 지침은 비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를 뒤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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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강조했다면, 새로운 피라미드는 단백질과 진짜 음식을 중심에 둡니다. 지침은 가공되지 않은 육류, 달걀, 생선 같은 고품질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매 끼니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반면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이 첨가된 음료, 인공 첨가물이 가득한 초가공식품은 단호하게 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초가공식품은 가격 접근성이 좋아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저소득층에서 비만율과 만성 질환 발병률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의 대량 생산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전통적인 식문화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은 더 심각합니다. 광고와 마케팅은 어린이를 타깃으로 설계되며, 노출된 초가공식품은 평생의 식습관을 망치고 성장을 방해합니다.


크리스 반 툴레켄은 이제 초가공품을 담배와 동일 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쁜 식생활로 인한 사망은 전 세계 사망의 22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흡연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의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가급적 신선한 과일, 채소, 통곡물 같은 자연 상태의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음식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고, 성분이 단순한 것을 고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산업적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입니다.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식습관 문제가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윤을 위해 초가공식품 중독을 설계한 식품 시스템 자체에 있습니다. 오늘 식탁에 오른 음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생명을 지탱하는 진짜 음식입니까, 아니면 비닐에 싸인 화학적 혼합물입니까?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2026년 미국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처럼, 진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소중한 가족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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