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판을 단 가게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웃어주시길 바라며
올해 22년 차인 우리 단지에도 나들가게가 있다. 놀이터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가게로 부부 두 분이 교대로 운영하신다. 더운 여름, 놀이터 붙박이로 놀던 우리 아이들에게 시원함을 채워 주던 곳이다. 두부와 달걀, 필수 채소와 과일 몇 가지도 판매하고 있어서 급하게 필요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 내외분들은 단지 내 아이들의 이름을 잘 외우신다.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늘 두 분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두 분의 인사법은 내가 어릴 적 동네 가게에서 느꼈던 인사법과는 다르다. 딱!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나누는 방식이다. 어른들의 친밀감에 무언가 공유되어 훅 들어오는 인사말에 생각을 정리해서 대답해야 하는 인사법이 아닌 기분 좋은 가벼운 인사법이다.
가벼운 인사조차 귀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 우리 가족은 알바생이 자주 바뀌는 편의점보다 동네 나들가게에 자주 갔다. 두 분이 성실히 가게 문을 열듯이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셔 주시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최근 그곳이 안내문 한 장 없이 문을 닫았다. 하교하며 소식을 전해준 딸아이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집에 들어오는 식구 순서대로 깜짝 놀란 듯 질문을 쏟아 놓았다. 하지만 나는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며칠 사이 가게 내부는 텅 비워졌다. 늘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곳이 인사도 없이 비워지니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걱정이 많은 나는 두 분의 안녕을 바라면서도 갑작스러운 폐업 사유를 말하지 못한 채 떠나셨을까 봐 걱정의 가지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 주인분들은 그대로 계시고, 간판만 ‘CU’로 바뀌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친밀한 대화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의지해 온 두분. 동네 입구의 큰 나무처럼 늘 그곳에 계셨던 두 분을 계속해서 뵐 수 있게 되었다.
새 간판을 단 가게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웃어주시길 바라며,
NICE TO C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