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문화강좌를 들으러 갔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인데 오늘이 첫날이다. 사람이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먼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정체된 삶을 살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센터의 문화강좌는 기초적인 초보자를 위해 마련한 복지서비스로써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치매예방과 삶의 활력을 주고, 가사에 지친 주부들의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교양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금상첨화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불가하게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된다. 그곳은 이미 한 발 앞서 상주하는 터줏대감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로 인하여 서로 간에 조그마한 부자유(不自由)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업 첫날, 인사를 하고 비어 있는 자리에 앉자마자 기존에 배우던 사람이 거기는 자리가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갔다. 그런데 거기도 자리가 있다고 해서 또 다른 자리로 옮겨 갔는데 그곳 또한 자리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사람의 심리가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기존의 편안함에 안주(安住) 한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싶어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이런 젠장! 어쩌란 말인가?’ 먼저 온 사람으로서 초보자가 오면 빈자리를 안내해 주는 배려는 없고, 앉는 자리마다 기존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앉지도 못하고 서 있게 하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쯤 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신참이지만 자기소개 시간에 정당한 나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민센터 문화강좌에 지정석이 있을 수 없다. 오는 순서대로 앉아 수업을 들으면 되는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열렬한 환영 인사에 감사하지만, 여러분이 내 입장이라면 유쾌할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유쾌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이건 어떠한가? 책상을 나누어 놓고 한쪽에는 기존에 배우던 사람이 앉고, 다른 쪽은 초보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한 배려는 없고 이기심만 있다.
어디든 어느 분야든 선구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텃새보다는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체되지 않고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 서로 어우러져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촌놈이 모처럼 주민센터에 문화강좌 들으러 갔다가 생각지도 않는 열렬한 환영 인사를 받고 멘탈이 붕괴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