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야시장이 서서 군밤을 사 가지고 왔다. 그 옛날 이른 아침밥을 먹고 장에 가시는 어머니 손잡고 포플러나무가 즐비한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 길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던 시골 장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안 오고, 몇 십리 길을 걸어서 장터에 도착할 때쯤이면 버스가 왔다.
어머니가 장에 가시는 이유는 꼭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장날은 윗동네와 아랫동네, 옆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고, 구전으로 전해 듣는 정보의 장이었고, 친구나 친척들의 안부를 묻는 곳이다.
어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참깨 몇 되, 계란 몇 줄을 펼쳐놓고 팔았다. 물건이 다 팔리면 시장 구경을 하며 국밥으로 점심을 사 먹고, 간식으로 국화빵과 엿, 심지사탕 담배 껌을 사주셨다. 그것들을 얻어먹으려고 새벽잠을 설치며 기를 쓰고 장에 따라갔다. 생각해 보면 코끝이 찡한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 시골장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젠 아파트 빌딩숲 속으로 들어와 일명 야시장이라고 한다. 야시장을 보면 바쁘다고 먼저 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예전의 시장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추억을 소환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