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죽계

一字一言(43)-陽


해(日), 볕(景), 하늘(天) 등의 뜻을 지닌 ‘陽’은 하늘에 있는 태양보다는 산, 혹은 산비탈이나 언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글자이다. ‘陽’은 해를 직접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부터 나와 무엇인가에 닿는 따뜻한, 혹은 뜨거운 기운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글자는 햇볕이 잘 내리쬐어서 따뜻한 산비탈이나 언덕 같은 것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 된다.


‘陽’은 흙 언덕, 혹은 흙 산이라는 뜻을 가진 ‘阜(언덕 부)’와 태양과 태양신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단이면서 T 모양으로 된 돌 탁자(石桌)를 나타내는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 되어 만들어진 ‘昜(볕 양)’이 좌우로 자리하면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태양이 높이 솟아서 신을 모시는 제단의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阜(�)’는 경사진 면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다리나 높은 곳과 낮은 것이 뒤섞여 있어서 울룩불룩한 모양으로 되어 있는 산비탈, 혹은 언덕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후대로 오면서 의미가 더 확장되어서 높고 평평한 땅, 두터운(厚), 큰(大), 많음(多) 등의 뜻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阜’는 어느 한 방향을 향해 비스듬한 상태로 존재하는 땅(언덕, 흙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글자가 된다.


‘昜’은 하늘에 뜬 해가 높이 솟아서 제단(祭壇) 위에 올라와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상형자(象形字)이다. 그러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日, 一, 勿(말 물)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회의자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초기 글자에서는 ‘日(해 일)’의 아래에 있는 것은 신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 돌로 만든 탁자를 나타내는 ‘T’ 모양이었으나 후대의 금문(金文)에 이르러서는 “彡”이 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고 햇볕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글자는 회의자(會意字)인 ‘陽’의 원래 글자라고 할 수 있다.


‘陽’은 ‘阜(�)’와 ‘昜’이 좌우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태양이 비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이다. 그래서 울룩불룩하면서 비탈진 산(山)의 남쪽 면, 물의 북쪽 산의 남쪽을 의미하게 되면서 햇볕은 잘 받는 공간, 높고 밝은 곳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철학적 개념으로 쓰이면서 ‘陰’과 상대되는 것으로 되어서 바깥, 표면 등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 글자의 쓰임은 더욱 넓어졌는데, 물체의 정면, 수컷, 맑은 하늘, 세계, 봄과 여름, 음력 10월(따뜻한 기운이 시작되는 시기), 한낮, 따뜻한, 마른, 성장, 오름, 드러남, 노출 등의 뜻으로도 확장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자에 대해서는 문맥의 흐름을 잘 살펴보아서 그 뜻을 헤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陽’이 땅이름(地名)으로 쓰일 때이다. 이 글자가 지명에 쓰이면 강의 북쪽, 산의 남쪽에 있는 공간이면서 높고 평평한 데다가 햇볕이 잘 드는 밝고 따뜻한 지역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지금의 서울을 한양(漢陽)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한강의 북쪽, 삼각산(北漢山)의 남쪽이면서 높고 평평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경복궁을 비롯하여 창덕궁, 창경궁 종묘, 성균관 등이 있는 공간이 바로 한양이 되는 것이다. 또한 경상남도에 있는 밀양(密陽)은 남강의 북쪽, 밀산(密山), 혹은 밀성(密城) 남쪽에 있는 높고 따뜻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陽’에 상대되는 글자인 ‘陰’이 지명에 쓰이면 산의 북쪽, 강의 남쪽 지역, 혹은 공간이라는 뜻으로 된다는 것도 참고할 만 하다.


‘陽’은 여러 면에서 참으로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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