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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Aug 07. 2024

사찰에 깃든 문학

사찰에 깃든 문학


-이천년의 이야기를 품은 대한민국 명찰 순례기-

지은이 : 손종흠 

출판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지식의 날개

발행일 : 2024년 07월 31일, ISBN : 9788920050633, 360쪽, 국판     


책소개

사찰(寺刹)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불상을 봉안한 법당, 사리를 모신 불탑, 불도를 닦으면서 수행에 정진하는 승려, 불교에 믿음을 가진 신도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곳이면서 모든 종교 활동과 신앙적 결과가 행해지고 나타나는 구역이며, 부처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행한 수행과 설법이 이것을 통해 전해지고 실현되면서 구도자로서의 승려와 태생적으로 불성을 가진 중생이 하나가 되어 이끌고 밀면서 불교를 발전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찰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연과 사연이 얽히고설키면서 예술적 상상력이 가미된 다양한 문화 현상이 만들어지는데, 불교가 우리 민족에게 전해진 것이 이천 년에 가까우므로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술, 음악, 무용, 문학 등의 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생활 관습이나 언어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문학은 노동의 현장에서 주로 불리는 노래와 여가의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향유되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데, 이것은 불교의 전파와 포교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일반 대중이 생활 속에서 만들고 즐기는 핵심적 언어 예술인 문학이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모습의 부처와 그를 보좌하며 불법을 지키고 따르는 보살이 지닌 성격이나 그들이 보여준 여러 가지 신비한 행적 등을 담아서 대중에게 전파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를 비롯한 수많은 불보살, 고승에 대한 사연이 주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전승되면서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거부감 없이 접근하도록 만드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노래나 이야기는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 재생산되었고, 후대로 오면서는 사찰의 창건이나 고승의 행적 등에 대해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불교문학이라는 하나의 범주를 탄생시켰으며, 일반 문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불교와 문학이 접합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는 사찰을 으뜸으로 꼽는다. 불교의 삼보(三寶)인 부처, 교법, 승려(佛法僧)가 모두 사찰 속에 존재하는 데다 그것을 널리 알려 중생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과의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실제 그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 노래로 만들어 흥얼거리거나 부르면 대상에 대한 친밀도가 올라가고, 이야기로 만들어 여럿이 함께 즐기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여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석가모니를 비롯한 수많은 불교 관련 존재에 대한 것을 노래, 이야기, 그림 등으로 형상화해서 표현하게 되면 공감의 범위를 한층 넓히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이야기는 불교에서 중생으로 부르는 일반 사람의 삶이 관련된 것과 연결하여 꾸미기에 가장 적합한 갈래이기 때문에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야기는 특별한 재주나 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만들고, 말하고, 듣기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므로 불교와 이야기 문학의 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전파되었다.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는 불교와 문학이 만나는 과정에서 일정한 실체가 있는 일정한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이야기와 신앙과 관련이 있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사찰의 현장을 연결하여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상징성을 살폈다. 1장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천년 고찰〉에서는 민족사나 불교사에서 커다란 중요성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 통도사, 해인사, 신륵사, 쌍계사로 떠나가 보았다. 2장 〈불교적으로 승화된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서는 남녀의 사랑이 불교적으로 어떻게 승화되어 대중 속으로 들어왔는지 부석사, 미륵사의 현장과 사연을 통해 살펴보았고, 3장 〈간절한 구도자의 염원과 부처의 응답〉에서는 구도자로서의 승려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와 부처의 도움을 받아 창건된 낙산사, 남백사, 흥륜사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4장 〈고뇌와 자비를 바탕으로 한 불교적 성취〉에서는 중생을 향한 구도자의 발원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굴산사, 희방사, 만어사, 거돈사가 가지는 역사적 · 문화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고, 5장 〈모성과 효성이 어우러진 전통 사찰의 현장〉에서는 세상을 만들고 움직이는 중심에 자리한 모성과 효성이 불교와 결합하여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불국사, 분황사, 홍효사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6장 〈불국토를 향한 염원과 호국불교의 실현〉에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통해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드러낸 범어사, 망해사, 월정사, 사천왕사, 감은사에 전해지는 감동적 이야기를 사찰의 현장과 연결하여 이해해 보았다.     

불교와 연관이 있는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공간이 사찰이므로 그것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부처, 불법, 승려를 중심으로 하여 건축, 미술, 음악, 문학, 음식 등 우리의 삶에서 의미를 가지는 모든 것이 사찰에 총망라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 문화적으로 의미가 큰 사찰과 그에 깃들어 있는 문학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폈는데,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글쓴이의 능력 안에서 명쾌하게 풀어 보려고 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음 또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상륜부(相輪部)라고 불렸던 불탑의 윗부분에 대한 명칭은 차트라(刹多羅)로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처용(處容)의 의미에 대한 고증,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가 지닌 의미, 서동(薯童)과 지명법사의 신분에 대한 단서, 부석사 부석(浮石)의 왜곡된 환경, 이견대利見臺 위치의 고증 필요성, 신륵(神勒)과 여주라는 지명 사이의 관계, 거돈사지 위치가 솥(鼎)의 한가운데라는 점, 취산(醉山)과 인출산(印出山)의 위치와 의미, 문두루법(文豆婁法)과 고골관(枯骨觀)의 구체적인 방법, 만어산과 만어사의 역사성, 백월산, 사자바위, 화산(花山)의 위치와 의미에 대해 새로운 고증 자료와 함께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원래의 의미에 가까운 방향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날카로운 지적과 혜안으로 가득한 가르침을 기다린다.     

목차     

머리말 • 5

제1장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천년 고찰

문수보살의 가르침으로 창건한 통도사 • 14

삼재가 들지 않는 해인사 • 30

역사와 문학이 절묘하게 조화된 신륵사 • 48

겨울에도 칡꽃이 피는 곳 쌍계사 • 64     

제2장 불교적으로 승화된 남녀의 사랑 이야기

승화된 사랑의 결정체인 부석사 • 82

서동과 선화공주가 세운 미륵사 • 96     

제3장 간절한 구도자의 염원과 부처의 응답

조신의 깨달음과 관음보살이 머무는 낙산사 • 112

구도자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남백사 • 132

이차돈의 순교로 세워진 흥륜사 • 147     

제4장 고뇌와 자비를 바탕으로 한 불교적 성취

범일국사의 신통력과 굴산사 • 166

호랑이의 보은으로 세운 희방사 • 184

김수로왕의 깊은 불심과 만어사 • 197

당간지주를 세우지 못한 거돈사 • 213     

제5장 모성과 효성이 어우러진 전통 사찰의 현장

지극한 효성과 불국토사상이 어우러진 불국사 • 230

천수관음의 자비심이 가득한 분황사 • 249

효도를 위해 아이를 묻은 손순과 홍효사 • 265     

제6장 불국토를 향한 염원과 호국불교의 실현

하늘 물고기의 신통력이 살아 있는 범어사 • 276

가정과 나라를 지키는 처용 전설과 망해사 • 290

문수보살미 머무는 성지에 세운 월정사 • 307

호국불교의 상징이었던 사천왕사 • 328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감은사 • 344     

맺음말 • 358

참고문헌 • 360     

저자소개

손종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1954년에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경북 영주 제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였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주와 부산에서 지역대학장을 역임했고, 일본방송통신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도쿄대학교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손종흠의 고전문학기행》, 《다시 읽는 한국신화》, 《한국의 다리》, 《손종흠 교수의 고전시가 미학강의》, 《손종흠 교수의 왕릉역사기행》, 《지역문화와 문예콘텐츠》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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