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학력 백수가 되었습니다.

많은 공부, 적은 일자리. 알고 도전한 길이지만 여전히 분투중인.

직장인, 사회과학 계통의 박사에 도전하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거의 20대 내내 국방 계통의 별정직 공무원이었는데, 누구나처럼 월급 받고 주말을 갈망하며 지냈고, 업무에 성수기가 찾아오면 슬퍼하는 보편인이었으니 평범한 직장인이라 해 두자.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현재는 이미 기존 직장에서 퇴사한지 3년이 되었지만, 그간 어떤 경로로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되었는지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 20대 삶의 일부를 소개했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부를 졸업하게 되는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그다지 공부에 흥미가 없었지만, 신변잡기에 능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학업과 무관한 책읽기는 즐겼다. 원래 사관학교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그간의 학업에 대한 무심함으로 감히 성적이 되지 않았다. 졸업과 동시에 전문대학에 진학했었지만, 학교에서는 무언가 나의 성장 욕구를 해소해 주지 못해서 나는 중도에 자퇴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였다. 성장욕구. 박사과정 중에 특히 인문사회계통의 진로를 선택하는 이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게 되는, 혹은 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기초 감정일지 모르겠다. 한국은 특히 '욕구'가 표준화되어서, 그것이 금전의 보상이든 지위의 성취든, 크게 보면 '타자에게 인정받는 그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풍족한 삶을 통한 편리와 경험을 원함일 수 있다. 이렇게 분류하는 것 조차도 한국인인 내가 한국인을 스테레오타입화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전문대를 중퇴한 뒤에는 직장생활을 거치다가, 지역 거점 국립대학의 인문대학에 편입학을 성공하여 수학하였고, 경영학 계통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어서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내 시스템을 이용해 박사과정에 진학하였고, 박사과정에서는 북한학을 전공했는데 북한학은 북한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종 국내외정치, 행정, 통일, 안보, IT등 기술, 교육, 언론 등 다학제적 연구를 다루는 것이지만, 주로 사회과학적 아젠다를 연구하는것이 중심이었다.


나는 사회과학적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시선을 가까이 하면, 이 사람들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국내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쓰는 워딩들이나 행동들을 추동하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국가 대 국가의 관계, 한국을 예로 들면 왜 한국의 일부 계층은 오래된 반일에 매달리는가 혹은 왜 용미를 넘어 깊은 친미로 빠지는가, 통일정책은 좌우 관계없이 공통적 규범과 가치를 중심으로 일관성이 있을수 있다고 믿는데 왜 정권마다 꽤나 바뀌는가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고, 그럴때마다 어김없이 책을 통해 지식을 좇았다. 이 모든 질문들의 영역을 다루는 학문을 넓은 범주로 '사회과학'이라 정의한다면, 나는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었던 것이다.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이나 역할에 대해 논하진 않겠다(어느 누가 중요하지 않다고 평하겠는가!). 내가 떄로는 파트타임으로, 때로는 전업으로 공부하며 박사학위까지 하게된 경위는 첫번째는 흥미였다. 물론 깊이있는 지성을 추구하며 그 자체에 만족을 느끼는 선비인 척 한다면 그 또한 위선이다. 나는 명함에 '박사'라는 명예로움으로 치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한 가능하다면 학위 전공을 통해 연구자나 교육자,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멋지고 훌륭한 기회로 향하는 하나의 다리가 놓아지길 원했다. 이 원함이란 것은 한가지 욕구가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엮이어 하나의 실행력이라는 끈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막상 박사과정을 시작해보니, 질문에 해답을 찾고 지식을 쌓는 행위만을 비교적 '책임 없이' 할 수 있는 코스웍까지는 즐거웠다. 그런데 아뿔싸, 박사논문을 쓰는 과정이 이처럼 고단할 줄은 몰랐다. 석사도 논문을 쓰고 졸업했지만 비교적 쉽게 졸업한 탓에, 박사도 적정히 2.5년 가량의 코스웍을 거치고 3년차 정도면 깔끔하게 졸업할 수 있을줄 알았다. 물론 직장을 다니며 3년만에 졸업을 달성하는 거물(괴물)들도 있었다. 입학 동기들 중 일부가 그랬다. 그런데 나처럼 평범한 지성을 가진 사람들은 최소 5~6년은 걸리는 길이었다. 코스웍 입학을 기준으로 나도 결국 6년 정도가 걸렸고,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논문은 완성했지만 아직 심사를 앞두고 있는 단계이다. 그간의 노력 덕분인지 지도교수님은 졸업에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피드백을 주셨지만, 논문 작성 단계에서 너무나 분투를 해 왔던지라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추후 비슷하게 전업이든 파트타임이든 사회과학계통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후배 학도들을 위해 논문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떼서 글을 써봐야겠다.


오늘의 글은 '직장인인 나, 사회과학 박사 공부를 선택해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에 포커스를 맞춘지라, 삶 속에 있었던 더 버라이어티 한 직장이야기들, 직장을 다니며 공부한 이야기들, 잠깐 직장에서 풀려나 전업으로 유학도 가고 공부한 이야기들의 맥락은 생략되어 있지만, 오늘의 주제에 맞게 말미를 장식하고 싶은 하나의 핵심 나눔이 있다.


"졸업을 위해 약 3년간 전업 박사과정을 거쳐온 나, 곧 졸업하는데 뭐하고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사회과학이 다루는 아젠다는 참으로 즐겁다. 공학 계통을 겪지 못해서, 공학도들도 물론 배움과 발견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참으로 배고프다. 나처럼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평범 이하인 초보 박사생들은 기라성같은 해외박사, 범접할 수 없는 연구 실적을 지닌 천재형 국내박사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한정적인 TO의 정부 출연 연구원이나 대학기관의 전임교원으로 감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매해 박사들의 숫자는 쌓아면 가니까. 박사학위는 꼭 따고 싶었다. 그것이 직업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그런데 따고 나니 그래도 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도 박사과정에서 훈련받고 공부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진 않지만 뚫어나가야 할 현실이 있는것도 현실이다. 아마도 30대 중반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가지고 어디 중소, 중견기업에 신입으로 들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일반직으로 들어가서 학위에 대한 경력 대우를 받지는 못하겠지만(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박사학위를 딴 경위는 경력이나 직업을 위해 온전히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너무 RPG게임에서 특정한 업적을 달성하면 주는 '타이틀'처럼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어지는 나의 글들은 학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도 있고, 직장인의 대학원 생활의 이야기, 진로를 고민하는 고학력 백수의 분투, 다양한 생각과 철학, 소소한 삶의 팁(특히 비슷한 계통의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고군분투한 경험 자체가 독자에게 간접 경험이 되어 도움이 된다면 팁이라 할 수 있겠다), 때로는 박사모멘트를 발휘해 전공한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국내외적 현상에 대해 통찰하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다. 평범 이하인 인간도 다양한 도전을 겁없이 하며 또 다른 보편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메세지들도 쓰고 싶은데... 그럴싸한 글을 아무렇게나 쓰겠다는 선언일수도 있다.



# 이종길 작가는..?

한민족글로벌통일포럼 대표이자 북한학, 러시아/CIS지역학, 경영학,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사회과학 박사입니다. 북한 등 사회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아젠다들, 인생 이야기, 대학원 이야기, 삶과 철학 이야기, 신변잡기 등을 글로 녹여내어 독자들과 소통하고 소정의 흥미와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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