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반기 로동신문 분석을 중심으로
사회과학 박사로 살아남기, 이종길 박사의 '전공 모멘트'라 할 수 있는 글이다. 북-러 관계와 같은 국제정치 이슈를 독자들이 흥미있게 보게 될지는 걱정이 앞서지만, 몇년전부터 꽤나 판매부수를 기록하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열풍과 거의 유사한 취지의 TV프로그램의 인기는 어느정도 전문 지식에 목말라하는 '지식 컨슈머'로서의 독자수요도 있음을 암시해준다. 따라서 시중에서는 거의 알 수 없는, 나같은 '북한학 연구자'만이 (연구자로서의 합법적인) 접근할 수 있는 로동신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은 한편 매니악한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러시아만큼 복잡한 향수를 일으키는 나라도 없다. 푸쉬킨, 톨스토이, 레르몬토프 등으로 대표되는 문학의 나라, 차이코프스키로 대표되는 음악의 나라, 발레와 정교회의 웅장한 건축물 등 예술적인 면모를 간직한 거대하고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라이다. 한편으로는 1917년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으로 탄생하여 전 지구의 1/3가량을 '공산화' 시킨 혁명의 나라이기도 하며, 긴 시간 헌법을 바꿔가면서 '푸틴'이라는 스트롱맨이 철권통치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 혹은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다. 1991년 페테스트로이카로 무너진 공산주의 국가 소련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자칫 그 후신으로 여전히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국가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나의 페이지를 구독하는 지성 가득한 구독자님들께서는 기억해 주셔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절차'를 시스템적으로 온전히 지니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여기서 절차적 민주주의란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전국 주요 선거를 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절차적으로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권력이 적어도 표면적 법률로는 합법적으로 교체되는 것을 뜻하고, 구태여 '절차적'이라는 형용사로 민주주의 단어 앞에 수식한 이유는 '부정선거' 이슈를 비롯해 푸틴이 정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하여 사실상 절차만 지킨 '독재형 권력독점'국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 한개의 정당만이 존재하는 일당 독재국가도 아니고, 무력을 비롯한 한층 더 노골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하거나 군사쿠데타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집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흑과 백 사이 회색지대 그 어딘가를 미묘하게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각설하자면, 러시아는 국영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국가 주도 경제'의 시장 민주주의 국가이자, 강력한 리더십과 중앙집권적인 초대통령제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권위주의'국가이다. 한때 우리나라 육군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모 장성이 러시아 대사관에 해외 연수를 와서 모스크바를 탐방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인데도 참 수도가 화려하고 크게 발달했네요." 2000년도도 더 지났을때의 이야기라고 한다. 2급 상당의 공무원의 상식 수준으로 말하기에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은 괴상한 나라라는 데 이견이 없다. 소련이 1991년에 무너진 이후에도 여전히 공산혁명을 목적으로 하는 일당 독재국가로, 몇넌 전부터는 전 세계에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독재국가가 되었다. 독재국가가 어떤 요인으로 오래 가는가에 대한 2022년의 연구가 있는데(프린스턴 대학교, Revoltion & Dictatorship), 본 연구에 의하면 '혁명 전통', '강력한 무력 강압체제', '끊임없는 재교육과 프로파간다'를 독재 장수 3축으로 평가하였다. 재미있게도 '경제적 부유함'은 3대 요소로 꼽히지 않았다. 북한처럼 '찢어지게 가난한'국가가 위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장수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북한을 연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북한의 다양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보편성과 특수성 모두가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괴상한 짓을 서슴치 않는 정상 국가'로 바라보고 연구해야한다. 북한을 바라볼 때 특수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재 국가'가 지닌 대부분의 보편성도 함께 지니고 있으니 특수성에만 주목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국내정치적 아젠다로 가면 '헌법상 미수복 지역'이기 때문에 국가라고 말하면 '특정 진영에 치우친 사람' 취급 받기 쉽다. 전후로 북한을 인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구자로서 인지하고 서술하는 것이니 독자께서는 양해 바란다.)
2011년 12월 집권한 김정은은 자기 나름 '정상 사회주의 국가'화 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다. 사회주의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 입장에서는 비정상이라고 평가하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만, 또 '동종 업계'끼리 모아서 평가한다면, 그나마 베트남이나 중국과 같은 '정상 모델'이 있다. 10년 등 주기적으로 총서기가 교체되고, 사회주의적 원칙 안에서의 '인민 민주주의' 이지만, 자기들 나름대로의 민주절차로 권력을 교체하는 수단이 있는 것이다. 김정은 이전의 북한은 절차적으로 가장 거대한 정치행사인 '당대회'가 불규칙적으로 열렸다. 자기 아빠 김정일 시절에는 당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규악상 5년에 한번 열려야 하는 이 당대회를 김정은은 집권한 이후 개최하고, 지금까지 5년에 한번 당대회를 열고 있다. 김정일 시대에 국방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비변사'와 같이 모든 권력을 통합하는 초월적인 기관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것도 '정상 사회주의화' 시킨 흔적이 있다. 국방위원회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 요체이자 상징인 '당 정치위원회'로 권력을 재배치, 정상화 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당대회로 큰 사안에 대해 절차적인 추인을 거치고, 당 중앙 정치위원회를 통회 당대회 비개최 기간동안 주요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상화'되었다.
북한 경제는 시장화가 더 심화되었고, 김정은 정권 나름대로 기업 자율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시장의 확대이다. 하지만 북한판 부르주아로 불리는 '돈주'가 시장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당이 사업을 하는데 있어 이 돈주들의 '돈 수혈'이 막히면 고사하는 괴상한 체제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돈주가 돈을 대주고 당이 특정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보고된다. 따라서, 시장을 막고 싶지만 무작정 막으면 인민이 굶어 죽을 수 있는 공식과 비공식의 이중 경제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업소 또한 과거에는 100% 중앙 계획으로 돌아갔다면, 지금은 어느정도 자치권을 주었다는 논문 연구가 있다. 그 비율을 30% 정도로 바라보기도 한다.
스마트폰도 많이 퍼져 있다. 이집트 오라콤사와 3G 통신망을 평양을 중심으로 증설한 이후, 북한 자체로 (물론 카피 가득한) 개발한 스마트폰이 꽤나 퍼졌고, 가입자도 수백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 국경지대에서 북한으로 통화를 하거나, 38선 접경 지역에서 통화를 시도한다는 탈북민의 이야기는 흔하다. 외부 정보가 제법 개방되었다.
탈북을 한 가족은 3대를 멸족한다는 말들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북한에 목숨 붙일 주민이 없다는 말이 있다. 탈북자가 많이 늘어난 탓에, 어느정도 처벌은 하되, 그 수위나 넓이가 제법 좁혀졌다는 보고가 있다. 탈북 후 재입북자에 대해서도 과거보다는 관대히 처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서술이 길어졌는데,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임을 대변하는 글은 아니다. 인민을 굶주림과 도탄에 빠뜨린 나쁜 독재정권임은 자명하다. 북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적어도 한국인들은 투철한 반공사상으로 꺽여 사회과학적 논의가 (비학자적인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적정한 객관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한 나라에 대해 서술하는 일이다 보니 길게 적은 듯 해도 한없이 부족한 단편적인 것만 서술된 듯 하여 아쉽다. 하지만 사회과학 작가로서 앞으로 관련 주제를 다룰 일들이 많으니 여기까지만 적도록 한다.
1편에서는 프롤로그 성격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한 면에 대해 작가가 마음가는 대로 적어보았다. 다음 2편에서는 구체적으로 북러가 말착한 이유를 간략히 조명하고, 연구자인 작가가 취득한 로동신문 정보를 바탕으로 '얼마나 친해졌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 이종길 작가는..?
한민족글로벌통일포럼 대표이자 북한학, 러시아/CIS지역학, 경영학,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사회과학 박사입니다. 북한 등 사회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아젠다들, 인생 이야기, 대학원 이야기, 삶과 철학 이야기, 신변잡기 등을 글로 녹여내어 독자들과 소통하고 소정의 흥미와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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