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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솝 Oct 23. 2023

수습사원인데 임금 협상을 해버렸다

나는 지금 수습기간 중이다. 우리 회사의 수습기간은 3개월이다. 그런데 엄청난 일을 해버렸다. 수습사원으로서 임금 인상에 성공해버린 것이다. 




우리 회사의 수습 월급은 기본 급여의 80%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수습 3개월에, 80% 급여를 준다고 하지만 난 여기에 굉장히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나는 '채용전환형 인턴'이었기 때문이다. 


인턴 월급은 겨우 210만원. 정말 거의 최저임금에 맞춰서 준다. 우리 회사의 채용시스템은 곧바로 정직원을 뽑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즉, 경력이 아닌 이상, 모든 신입사원들은 전부 인턴 1개월을 거쳐야 한다는 소리다. 


그럼 정직원이 된 사원들은 쉽게 말해, 무려 4개월 동안이나 일반적인 급여보다 낮은 급여를 받게 된다는 소리다. (1)인턴 1개월 동안 210만원, (2)정직원 전환 후에도 3개월 동안이나 80% 급여를 받게 되니까 말이다. 


혹시나 회사를 운영하거나, 인사팀장님들이 계시다면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해주었음 좋겠다.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들어갔을 때 '좀 이상한데' 싶은 문화나 제도가 있다면, 그걸 오래 방치해놓으면 안 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아니라고 생각되는 문화나 제도가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곧바로 바꿔야 한다. 왜냐, 그렇지 않으면 입사하자마자 회사에 대한 몰입도가 정말 '뚝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상무님과 팀장님은 상당히 깨어있으신 분들이었다. 4개월 동안이나 급여를 낮게 받는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셨고, 결국 그들의 승낙 하에 나는 수습사원임에도 급여 100%를 전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이후로 우리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하는 모든 사원들은 수습 기간에도 전부 급여를 100% 받는다. WOW! 




그럼 나는 과연 어떻게 임금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1. 진지하게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유머를 섞었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만약 내가 진지하게 각 잡고 불만을 표출했다면 상무님과 팀장님은 오히려 반감을 느꼈을 거다. 그렇게 하지 않고 나는 유머를 섞어가며 말을 했다. 결혼 얘기가 나오길래(나는 결혼을 했다), "인턴이 끝났는데도 급여가 적어 결혼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진지하게 말한 게 아니라 농담하는 분위기 속에서 말을 했다.


그랬더니 이야기가 조금 진척되니까 팀장님과 상무님이 "어, 진짜 이상하네? 왜 4개월이나 급여를 낮게 받아?" 이렇게 된 것이다. 


2. 상무님과 팀장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화제를 띄웠다.


만약 팀장님과 있는 자리에서만 말을 했더라면, 나 또는 팀장님이 직접 상무님 사무실로 들어가서 이에 대한 화두를 다시 던져야 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이게 진지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어 상무님이 반감을 느끼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상무님과 팀장님이랑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얘기를 던진 것이다. 그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농담조로 말을 하니, 당연히 그들도 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으셨다.




급여 인상을 하고 나서, 내 동기들 7명은 정말 정말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 이로써 나는 내 가계생활에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동기들 사이에서도 인기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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