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솝 Dec 02. 2023

의욕과 능력을 착각하지 말라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맡는 직원들이 간혹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 그렇게 일을 많이 맡게 되는 것이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들어와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인사 직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인사와 관련된 최대한 많은 업무를 맡고 싶었다. 그래서 5개월차 신입사원으로서 맡기 어려운 일들을 내가 '자원해서' 맡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점차 야근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업무라면 그냥 뚝딱 했었을 일들도, 신입사원이기에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가며 해야했다. 다른 선배 직원들이었다면 한 시간 걸렸을 일들도, 나는 처음부터 다 배워가면서 해야 했기에 하루 내내 써야했다. 그런데도 내가 처리해야 하는 과업의 개수는 결코 그들보다 적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일을 마주하게 됐다. 연말에 인사팀으로서 마주하는 조직개편과 평가 등의 주요 업무가 겹치면서였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뭔가 잘못 되었구나.'


그제서야 나는 유튜브로 '일을 잘 하는 법', '일 잘 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의 차이' 등을 찾아보며, 내가 결코 일을 잘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아니, 나는 오히려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사팀에서 일을 가장 잘하고 인정받는 책임님께서는, 우리 중에 가장 먼저 퇴근하신다. 대신 업무 시간 내내 필요없는 말은 하지 않고 완전히 업무에 몰입하신다. 그렇게 일을 빨리 끝내버리고는 퇴근을 가장 일찍 하신다. 


들어온지 5개월만에 깨달아서 다행이다. 의욕이 그 사람의 능력과 일치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과한 야근은 그 사람의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군에서 내 지휘관이 무심코 했던 말이 내 뇌리 속에 아직까지도 깊게 박혀있다. 


"절대 늦게까지 남아있지 마.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늦게까지 남아있는거야."


이게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던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습사원인데 임금 협상을 해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