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편입에서 데분 석사, 성공 유무 알 수 없으나 다시 데엔 도전
나는 작년 유럽의 한 국가에서 데이터분석 석사 학위를 받고, 2년간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인턴쉽 기회들은 거의 학사 학부생을 위해 마련 된 것이었고, 졸업생 취업 자리는 비자 스폰서가 필요치 않은 지원자 혹은 경력이 있는 신입들을 위한 자리였다. 6개월 정도를 이력서만 뿌려대며(물론 공부도 하고 추가로 영국에서 온라인으로 지원받은 무료 부트캠트도 참여하는 등의 시간을 보냄) 스타벅스에서 알바로 시간을 축내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급 찾아온 현타를 극복하지 못한채 6개월의 구직활동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은 완벽한 내 스타일이었고 인종 차별자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훨~씬 많았으며 유럽의 느린 행정처리 따위는 나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찌되었건 기다리면 처리되지 않은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성향과 잘 맞는 곳에서 자유롭게 저가 항공과 기차/버스를 이용해 틈만 나면 유럽을 쏘다니는 것이 낙이던 내가, 등떠밀리듯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서러웠고 한국에 와서는 여행 유튜브나 여행 TV쇼는 왠만하면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의 취업의 벽도 높았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기회가 조금이라도 많겠지 생각했던 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Data Analyst를 뽑고자 하면 정말 "분석"을 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했는데... 면접에서도 분석직을 벗어난 질문이나 과제를 받아본 적은 없었는데...
반면에 한국은 너무나 능력자를 요구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역할도 데이터 엔지니어 역할도 AI 개발도 전부 원하는걸까? 합격자들은 다 할 줄 아니까 합격을 하겠지?
나의 경우는 처음부터 컴공 전공자는 아니었고, 데이터분석 석사를 진학하기 위해 대학원의 가이드대로 컴공으로 편입 후 석사로 진학한 것이다. 때문에 자바 프로그래밍과 풀스택 웹개발(학사 졸업 작품)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프로그래밍 실력은 없다. 하지만 통계를 좋아하고 분석을 좋아하고 비지니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대시보드를 생성하는 등 데이터분석가가 할 줄 알아야하는 것은 다 좋아한다. 하지만, 이 것만 할 줄 아는건 사실 수학 전공자나 통계 전공자 더 나아가 비전공자도 열심히 공부하면 독학으로도 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다. 한국은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간과하고 6개월만에 비자 버리고 한국 온거를 후회하기 시작했다.
어찌저찌 한국에서 2~3개월 만에 한 기업의 IT팀 인턴으로 취직이 되기는 했지만, 기업 전산실 업무 스타일의 전반적인 IT 보조 역할이었기 때문에 배운 것이 많지는 않았다. 물론 소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다시 내 미래에 대한 고민, 근심과 걱정의 스테이지가 되돌아왔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짜내어 국비지원 백엔드 교육을 듣기로 결심했다. 다시 도전해보니 내가 개발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이였다면 좋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데이터 엔지니어로 Career Path를 변경할 수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줄 생각이다. 유럽에서 9년간 지내다가 왔기 때문에, 나는 나이가 많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 도전이며, 국비 교육이 끝나고 또 다시 고통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면 코딩 언어를 가지고 타이핑 하는 일을 멈추려고 한다(데이터 분석 역량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주피터 노트북에서 파이썬은 사용하겠지만).
나는 영어를 좋아하고 다양한 비지니스 산업의 기획이나 마케팅, 고객 지원 업무도 데이터분석 만큼 관심이 크다. 아직 인턴 기간 종료가 며칠이 남아있고, 국비지원을 위해 학원 몇 군데에 상담 예약을 해 놓았다. 1년만 더 쓰자, 내년의 나와 약속했다. 내년 후반의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문과의 길일까 이과의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