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독서2

사색하는 독서

by 코너스톤

생각의 기록

갑자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외부에 있으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집에 있으면 노트에 그 생각을 적어둔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은 꿈에서도 좋은 생각이 나면, 일어나자마자 그 생각을 적어둔다고 말한다.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생각은 모두 날라간다. 생각이 글로 기록되고 정리될 때, 비로소 그 생각이 내 것이 된다. 매일 묵상, 매일 일기, 그래서 얼마전부터 매일 매일 나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는 훈련을 해오고 있다.


출처=교보문고(https://product.kyobobook.co.kr/)


‘한 방’이 없을까? 결정타가 필요하다. 멋진 카피, 멋진 생각이 한 번에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을 하다 보면 처음의 생각이 끝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항상 처음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처음 생각이 있기에 그 다음 생각이 있고, 그 다음 생각이 있기에 또 다음 생각이 있고,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이 사람의 생각 저 사람의 생각이 덧붙여지고 싸우고 합쳐지고 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최종적인 결과물에 다다르고 있는 나와 만난다. 그래서 작은 한 걸음이 중요하다. 작은 생각의 씨앗, 그 씨앗을 심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직관과 논리

기획은 직관과 논리의 종합체이다.


제안서를 기획할 때 뿐 아니라, 논문을 쓸 때도 시작은 직관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직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신이 주시는 영감인가? 왠지 모르게 나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단어, 경험, 생각, 그런 것들이 모두 모여 직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직관만으로 기획안을 만들 수 없다. 기획안의 독자는 내가 아니라 타자이다. 타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설득하는 논리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직관적 생각을 뒷받침 해 줄 수 많은 자료들을 검색하여 논리적으로 백업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그러한 수 많은 증거의 결과 이런 제안이 가능하다는 귀납적 추론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기획에는 직관적인 사람과 논리적인 사람이 같이 존재해야 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직관이 떨어진다. 직관적인 사람은 논리가 떨어진다. 누가 더 뛰어나다, 틀렸다 말할 수 없다. 그저 사람이 다를 뿐이다.


글은 이미지다

소설을 읽다보면 머리 속에는 어느새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요즘에야 컴퓨터 그래픽이 좋아져서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와 같은 환타지물이 인간의 상상을 영상으로 재현해 주지만, 과거에는 소설을 영화로 재현한 작품들은 모두 소설의 재미와 흥행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사람이 머리 속에 상상하는 이미지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눈으로 글을 읽는데 어떻게 머리 속에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일까? ‘사과’라는 단어를 쓰면 머리 속에는 사과 이미지가 그려진다. 친구의 뒷담화를 듣다 보면 이미 내 머리 속에서는 나도 그 상황 안에 들어가서 그 장면을 그리고 있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고,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도 없고, 우리 머리 속에서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쓰는게 어렵다.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누군가가 “이게 무슨 뜻이냐?”라고 묻는다면 그 글은 잘못 쓴 글일 확률이 높다. 문법이 틀렸던, 혹은 너무 건조하게 단순 나열만 된 글이라면 읽는 이로 하여금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한다. 연출에 대한 설명을 쓰는 일도 어렵고 카피와 제목 뽑는 일은 더 어렵다.


책 쓰기

올해는 꼭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한 해가 끝나가도 아직 제자리다. 이미 책을 쓰신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목차부터 쓰라!’고 말한다. 목차를 잡으면 일단 책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책을 구입하거나, 내가 필요한 책을 찾아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제목, 그 다음이 목차이다. 목차를 보면 그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대략 알 수 있다. 목차가 허술하면 책 내용도 허술하다.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저자도 갈피를 잃은 책들은 대체로 목차가 중구난방이다.


목차를 잡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마 그래서 나도 책을 못쓰고 있나보다. 머리속에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인 목차로 정렬이 되지 않는다. 제안서 기획할 때도 그렇다. 프로그램표 하나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이 내용이 저 내용같고, 이 내용이 없어도 될 것 같고, 이 내용과 저 내용이 같은 것 같고. 그렇게 중구난방인 프로그램은 좋은 기획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기획은 프로그램이 일목요연하다. 누가봐도 깔끔하다. 나는 머리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프로그램이 깔끔하지가 않다.


달과 6펜스

"푸켓의 한 해변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데 한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예쁜 아가씨의 외모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다음에는 그녀가 그 아름다운 해변에서 열심히 읽고 있던 책에 더 눈이 갔습니다. 책 겉 표지 제목이 ‘달과 6펜스’. 제목은 들어봤는데, 그 책 내용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마자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왔습니다. 읽어보니 폴 고갱에 관한 이야기더군요."


출처=민음사


휴가를 다녀와서 동료 직원에게 했던 말이다. 왜 우리는 휴가를 가도 휴가를 휴가처럼 즐기지 못하고 일처럼 놀다가 오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꽉 짜인 일정을 짜고, 이 날은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언제 이동하고, 언제 돌아오고, 이것은 반드시 해봐야 하고,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서양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한가할 수가 없다. 호텔 수영장에서도 그저 책이나 보고, 해변에서도 책이나 보고, 특별히 하는 일이라는게 없다. 그날 푸켓 해변에서 문득 ‘나는 왜 휴가를 일처럼 보내고 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맺음말: 책 읽는 습관

나는 주로 도서관 가서 오래된 책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에 가면 자기를 사달라고 뽐내는 베스트셀러들이 가판대 여기저기서 나를 부른다. 그래서 서점에 잘 가지 않는다. 도서관에 가면 모든 책들이 동일하게 서가에 꽂혀있다. 어느 책이 자기를 가져가 달라고 손짓하지 않는다. 숨은 보화는 내가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놀라운 것은 나만 볼 것 같은 책을 찾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았던지 책이 너덜너덜해 있을 때이다. 그런 책들을 다시 발견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미 나온 지 오래된 책인데 사람들은 왜 계속 그 책을 읽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세상의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바쁜데, 아주 오래된 책들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일까?


오랜 고전들을 읽다보면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더구나 인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게 지혜가 아닐까? 숨은 보화 같은 지혜를 발견하는 일. 이것이 책을 읽는 기쁨이자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AI 생성


*<기획자의 독서> 리뷰는 2편으로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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