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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Nomadic Person Jun 29. 2022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2021년 7월 서울공예박물관(SeMoCA)이 서울의 중심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열었다. 갤러리와 청와대, 북촌 한옥마을, 트랜디한 레스토랑이 즐비한 삼청동과 고미술,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인사동 사이 감고당길 초입에 자리잡았다. SeMoCA는 한국 최초 공예 공립 박물관으로서 고려시대(918-1392) 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공예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지역은 본래 경복궁과 창덕궁이 인접한 탓에 조선시대(1392-1910) 왕가의 저택들이 있어 많은 공예 장인들이 물품을 납품하기 위해 살았었다. 바로 이곳에 한국공예 장인들을 아티스트로 승격시키기 위하여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설립된 서울공예박물관은 그 동안 많은 미술관 혹은 박물관이 보여주던 공식을 깨부수고 새로운 형태로 시민들에게 다가왔다. 교양과 지식을 뽐내기 위해 멀끔한 차림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이 아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한 한국 최초 공예전문 미술관인 만큼 그 동안 할머니 집에 있는 물건 취급을 받던 공예품을 갤러리 공간으로 끌고 들어와 당당히 단상 위에 조명을 받으며 작품 대접을 받게 만들었다.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이 박물관의 특이점은 건물 외형에 있다. 미술작품을 보관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것을 내세우기 보다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처럼 건물에서 웅장함을 들어내지 않는다. 대신에 잔디가 깔린 공원 같다. 벽도, 특정한 입구도 없이 잔디 위에 덩그러니 낮은 특색 없는 건물만 있을 뿐이다. 그리스 신전 같은 건물 대신에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일반 사람들은 미술관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 넓게 펼쳐진 잔디와 화려하지 않는 건물은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끔 만든다. 건물 1층은 전시공간 없이 기념품숍과 카페 그리고 도서관만을 두어 공적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 입장료 또한 무료라 어느 누구나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어린 학생부터 노인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전시공간은 2층부터 마련되어 있는데 도자기, 나무, 금속, 대나무, 보자기, 자수 등 다양한 공예품들이 시대별, 재료별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전시 3동에 전시하고 있는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는 검은 공간과 대비되는 화려한 색감의 비단을 전시하여 관람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눈이 쨍할 정도로 화려한 핑크, 빨강, 황금색의 자수와 보자기 작품은 하얀 갤러리 공간에 전시된 유화작품보다 미적, 기술적으로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미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난 미술관, 갤러리, 아트페어에는 아직도 파인아트라고 칭하는 서양미술작품만 주로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런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시당하고 잊혀진 한국 공예를 당당히 전시공간에 배치시켰다. 더 이상 인사동에서 파는 물건이 아닌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깊숙이 파고든 서양 중심주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주고자 한다.


서울의 중심지에 새롭게 설립된 한국 최초 서울공예박물관은 단순히 공예 작품을 시대별로 전시하는 공간으로 머무르지 않았다. 요새 같던 미술관에서 공원 같은 열린 공간으로 변모하여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무시 받던 공예를 작가들의 기술과 창의성이 들어간 파인아트로 격상시켰다. 한국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을 보여 준만큼 한국공예를 세계에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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