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스케이트

하키는 무리 일려나

by 투명한 자유

캐나다는 하키에 진심인 나라답다. 곳곳에 많은 아이스링크가 있고 수요일마다 무료 개방을 해서 매주 아들들 하교 후 같이 다녀오곤 했다.

여기도 곧 선거가 있는지 비용을 후원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무료 스케이트장 개방을 한다. 매주 한두 번 스케이트장에 아들들과 함께 가는 게 일상이 된 지 2달이 조금 넘었다.

하키를 배우는 게 남자아이들에겐 1년 넘게 함께 지내는 친구가 정해지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고 한다. 여름엔 야구와 축구, 겨울엔 하키. 남자아이들은 운동만 즐기면 학교 생활을 적응하기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스하키를 즐기려면 스케이트를 운동화처럼 탈 줄 알아야 하기에 우선 살랑살랑 스케이트부터 시작해 봤다. 스케이트장엔 5살 정도의 아이부터 70대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까지 연령대가 참 다양했다.


매주 만나는 할아버지는 손녀를 데려와 스케이트를 가르치는데 우리에게도 발에 꼭 맞는 스케이트를 타야 안 다치기에 일반 운동화사이즈보다 적게 신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나이 든 분들은 거의 스케이트를 자유자재로 타신 걸 보고 그분들도 5살 때부터 신발 신고 뛰듯이 스케이트를 수십 년간 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대단해 보였다.


아들들은 한국에서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나한테 배웠다. 롤러스케이트는 첫날은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를 수차례 반복해서 다음날부터는 안 넘어지고 탈 수 있었다. 그러다 인라인을 사서 아파트 안에 테니스장 옆 트랙에서 타다 스케이트는 집 근처 광장에 아이스링크가 개장을 해서 딱 2번 타본 게 다였다. 그래도 캐나다에 와서 아이스링크에 가자마자 바로 적응해서 잘 타는 걸 보니 몸이 기억하는 운동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교 이후론 몇십 년 만에 가는 건지.. 그래도 처음엔 많이 미끄럽더니 몇 바퀴 돌다 보니 바로 적응이 되었다.

우리는 미끄러져 다칠까 봐 조심조심 타는 데 여기 사람들은 거의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속도로 타야 하키를 하기 때문에 그런지 앞뒤 옆날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몇 바퀴 타다 힘들어서 쉴 때면 잘 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뒤로도 타고 빠른 속도에서 멈추는 것도 너무 자유롭게 보여 멋졌다. 맨 처음 탄날은 스케이트를 대여해서 타다 사이즈를 확인했으니 바로 각자 스케이트를 샀다. 여자분들은 김연아가 신는 하얀 피겨스케이트용을 신는 분들도 꽤 있었는데 난 무난하고 투박한 스타일로 골랐다. 대신 끈을 산뜻한 컬러 바꾸는 걸로 만족했다.



한 시간 정도 타다 보면 아이스링크 패인 곳을 다듬는 정빙차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을 갖는데 넓은 차가 몇 바퀴 돌면서 물을 뿌리고 반듯하게 정돈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 곧 4월이니 아이스링크와도 당분간은 바이바이하고 밖으로 나가 놀아야겠다. 캐나다는 4월 중순부터 6개월은 황금기 나머지 6개월은 겨울이란다. 3월 말인 어제 새벽에도 눈발이 날리니.. 3월까진 겨울임에 틀림없다.


이번 주는 집에서 거리가 있지만 바로 옆 쇼핑몰도 있고 공원에 놀이터까지 있는 Medway 스케이트장에 갔는데 캐나다에 와서 가장 오랜 시간 야외에서 즐겁게 논 것 같다. 북부라 한국인들이 많아 룸메이트도 몇 명 만나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노느라 바쁘고 우리는 우리끼리 수다 떨기에 열을 올렸다.

오늘 스케이트장엔 한국인이 1/3 정도 있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역시 창의적인 우리나라 아이들 스케이트 처음 배울 때 잡고 타는 걸 뒤집어서 썰매로 만들어 더 재미있게 즐기고 왔다. 아들이 밀어줘서 창피를 무릅쓰고 나도 한 바퀴 타봤는데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머니 먼 타국에 와서 우리말이 들리고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니 둘째 아들도 오늘 제일 한국인 많이 만나서 오래 말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집 근처 아이스링크 빼곤 이제 스케이트장 개장을 안 한다 하니 당분간은 다들 또 못 보겠네 하면서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4월은 한 달 스케이트 쉬고 나면 다시 초보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다. 이래서 하키는 다음 생애 배워야 할지도 모르지만 스케이트를 타고 안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우선은 만족이다. 어서 꽃피는 봄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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