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면'은 처음이지?

면민일기 첫 번째

by 수수

광역시민에서 면민으로

취직 전 내가 살던 곳은 광역시였다. 편리한 대중교통, 대형마트와 백화점, 각종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 이 모든 것이 있어서 사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고속터미널, 기차역 모두 있어서 어디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차 없이도 뚜벅이 생활이 가능한 곳이었다.

배달앱을 열면 중식, 일식, 카페 등 먹을 것이 다양해서 찾아보고 고민하는 재미도 있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마트도 택배도 당일 배송 해주는 만능배달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내가 취직과 동시에 닭울음소리 들리는 '면'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첫 번째 면, 어서 와 '면'은 처음이지?

‘뽑아만 주신다면 어디든 잘 적응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입사 전 마음가짐과 달리 회사 합숙소를 본 나는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합숙소의 위치는 ‘면’, 주변에 있는 것은 하나로마트와 몇 개의 음식점들, 주변은 온통 논밭뷰(view). 배달앱을 열면 내게 보이는 글자는 ‘텅’(배달하는 가게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다행히 치킨집은 몇 개 있어서 전화 주문하면 배달은 되었다. 이때부터 나의 요리실력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작은 면인지라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배차간격이 길었고 병원과 터미널이 있는 읍내까지('군'이다 보니 '시내'라 하지 않고 '읍내'라 한다) 나가는데 버스로 30분 넘게 걸렸다. 흔하지 않은 마을버스 덕분에 입사 3개월 만에 아빠가 쓰던 10년 된 자동차를 공짜로 넘겨받고 소중한 차와 함께 나의 ‘면’ 민생활은 그럭저럭 순탄하게 흘러갔다.


잠깐 시민이 되어 살다

회사 인사이동으로 잠깐 근무 위치를 바꾼 적이 있었다. 회사 가까이에 나름 중형급의 시(市)가 있었는데, 인생 첫 자취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주변 동기들이 살아보고는 아주 좋다고 만날 때마다 그러길래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꼬박꼬박 모은 월급이 월세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터미널은 도보로 15분 거리, 대형마트는 차로 5분 거리, 스타벅스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위치 좋은 곳에 터를 잡아서 행복했다.

더불어 배달앱을 켜며 항목마다 꽉꽉 차있는 음식점들을 보니 내 마음도 꽉꽉 차는 듯했다. 퇴근길에 주문해서 집도착해서 바로 먹는 이 즐거움이란, 이게 바로 도시의 맛인가.


두 번째 면, 면생활 2회 차는 더 잘할 수 있어.

결혼과 함께 도시 생활은 막을 내리고 다시 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남편 직장은 사택을 제공하는데, 시내에 있는 매입사택을 받거나(남편회사는 '시'에 위치하다 보니 시내라 한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는 '면'에 있는 사택을 받을 수 있다. 면에 있는 사택은 내가 이전에 살던 합숙소와 주변 환경이 비슷한데, 그래도 비교적 규모가 큰 면이라서 인프라가 좀 더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출퇴근 시간이 왕복 20분 이상 늘어나게 되니, 어떻게든 출퇴근시간을 줄이고 싶어서 시내 사택을 강력하게 원했었다. 그러나 사택부족과 사택입주점수 미달로 가까스로 '면'에 있는 사택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렇게 나의 면민생활 2회 차는 시작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도시가 좋지만, 내 집과 이곳이 더 좋다.

아침이면 상쾌한 바람이 있고 저녁이면 별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여름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가을에는 논밭이 노랗게 물든다.

내가 지금 사는 이곳처럼 소박하고 수수하게 일상을 글에 담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