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해와 함께하는 출퇴근 왕복 150km

면민일기 세 번째

by 수수

2개의 시(市)와 1개의 군(郡)을 거쳐

신혼집과 함께 내가 얻은 것은 왕복 150km 출퇴근길이었다. 편도 75km, 서울역에서 용인 에버랜드 가는 거리보다 20km 더 먼 거리, 자차운전은 기본, 2차선 도로의 정체구간은 덤. 회사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과 시외버스는 없다. (자차운전 후 회사버스로 환승하는 것 말곤 없다)

결혼 전, 서울 사는 외숙모와의 통화에서 외숙모는 "수도권 사는 사람들은 출퇴근 2시간 이상은 기본이야. 주말부부보다는 같이 붙어있는 게 좋지. 잘할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다들 한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있겠지 하면서 호기롭게 출근을 시작했다.


시골풍경이 주는 행복

수도권이었다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영상도 보는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겠지만, 자차운전을 해야 돼서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오디오북도 들어보고 라디오도 들어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때그때 정한다.

요즘은 창밖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시골생활의 장점 중 하나가, 고층건물이 없고 나무가 많아서 지나가는 모든 곳들이 힐링포인트라는 점이다. 출퇴근의 고단함도 노란 들판, 초록색 나무, 파란 하늘을 보면 사르르 녹는다. 여기에 좋은 노래까지 들으면 기분 업은 덤. 왕복 150km 출퇴근이 처음에는 힘들고 짜증 났지만 부정적인 기분에 집중하기보단 예쁜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들으면서 거기에 내 마음을 집중하다 보니 행복해졌다.

오늘도 지친 일상이었다면 하늘 보며 좋은 노래 신나게 들어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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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사진은 놀랍게도 출근길 사진이다

항상 좋았던 건 아니지만

긍정적 마인드로 출퇴근의 힘듦을 덜어냈지만 내 몸은 아니었나 보다. 극심한 어지러움증으로 늦저녁에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이석증이 찾아와 퇴근 후 급하게 옆 도시로 병원에 가기도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퇴근길에 소주를 사 와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2잔 원샷하기도.

회사 근처 합숙소 들어가서 주말부부하면서 지낼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그곳이나 지금 신혼집이나 똑같은 면단위 지역이다) 이제는 출퇴근길의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해보려고 한다.


나의 출퇴근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운전에 자신이 없는 나로선 곧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다. 시골 길들은 눈에 취약하다. 도시 중심부와 멀리 떨어진 시골 길들은 2차선 도로에 여백이 없는 도로이다 보니 제설작업이 쉽게 되지 않는 듯하다. 퇴근길이 주차장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언덕을 차가 못 올라가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 눈은 좋지만 내가 회사 출근 안 할 때 왔으면 하는 마음이 (엄청, 매우) 크다.

그리고 이건 정말 '꿈'인데, 10년 뒤에는 이곳에 지하철과 대중교통이 많아지는 상상을 가끔씩 한다. 그럼 이 면민 생활도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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