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금 같은 휴일
5월 초는 그야말로 휴일의 연속이다. 올해는 휴일이 일요일과 겹치기도 해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들뜨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금 같은 휴일을 즐기고 있다. 금 같은 휴일 주간. 말 그대로 "골든위크"다. 골든위크만 놓고 봤을 땐 일본에서 휴일이 많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공휴일에 얽힌 어두운 이야기가 있다. 한국도 비슷한 실상이기에 공휴일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과연 우리는 충분히 공휴일을 즐겨오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렇지 못하다면 기업과 정부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을 도모할 수 있을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골든위크란?
4월 29일 쇼와의 날을 시작으로 제헌절, 녹색의 날, 어린이날 그리고 5월 6일 대체 휴무일까지 이어진다. 내가 가르치는 일본 학생의 말에 따르면 원래 4월 29일이었던 녹색의 날이 쇼와의 날과 겹치지 않기 위해 5월 4일로 이동했다고 한다. 5월 8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버이날이지만 일본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부모님 날이 아닌 어머니 날이다. 다만 6월 19일에 아버지 날이 따로 있다.
일본의 수직적 조직문화와 공휴일의 관계
일본 학생과의 수업 도중에 녹색의 날이 무엇이냐 물어보았다. 학생은 딱히 하는 것 없이 주어진 자연에 감사하는 일이라고 했다. 물론 자연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많은 만큼 이에 감사할 줄 아는 날도 필요하지만, 출근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걸까하는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식목일과 같은 이치겠지만 이외에도 일본 정부에서는 '바다의 날', '산의 날'과 같은 다소 의아한 공휴일도 지정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공휴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등교나 출근을 안 하는 날은 아니다. 우리나라 바다의 날은 언제인지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바다의 날이나 산의 날 같은 공휴일을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민들이 연차를 내거나 반차를 낼 필요도 없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장려하려는 목적이다. 즉, 추가적으로 공휴일을 제정한 데에는 일본 국민들이 연차를 자유로이 쓰지 못 하는 게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지 단순히 웃고 넘어가지 못할 배경에는 일본의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휴가를 내기 눈치 보이는 상황을 조성한다. 한 명이 없으면 아무도 그 사람을 대신해서 일을 못 하는 체제로 회사가 굴러간다. 박스가 쌓여있는 가운데 이 중 가운데에 있는 박스를 쏙 빼내면 모든 박스가 무너진다. 이는 일본의 계급적이고 조직적인 기업 문화를 비유하기에 적절하다. 책 '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 편'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이 집필되었을 당시보다 물론 약간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일본 학생들은 회사에 휴가를 내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문제는 아니네.'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결코 우리나라도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휴가가 있더라도 그 휴가를 맘껏 쓰지 못한다. 과연 직원들이 휴가를 낸다고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매출이 절벽으로 떨어지듯 반토막이 날까. 직원이 마땅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휴가를 즐겁게 누리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줄 수 있도록 휴가를 내도 전혀 눈치 볼 필요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편이 좋다는 바에 손을 들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고착화되어 있는 기업의 문화를 갑자기 바꾸는 것이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부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가 아니라 "Hey, John. 이리 와서 내가 쓴 것 좀 봐."라고 하루아침에 말하는 게 가능한가. 한 달에 한 번 휴가 내기도 쩔쩔매는 대리가 하루아침에 말도 없이 바다가 가고 싶다고 자리를 비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기업과 정부의 콜라보가 필요하다
기업이 온전히 공휴일이나 휴가의 문제를 떠안기란 버겁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도 대체휴무일을 항상 논의해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지 않을 수 있을지 많은 국가에서 고민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완해야 할 점들은 남아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 0월 0일 이렇게 정하지 않고 0월 0째 주 0 요일로 정하는 방법도 채택하고 있다. (보통 월요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스승의 날도 우리나라처럼 5월 15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5월 첫째 주를 통째로 스승의 주간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다른 공휴일들도 마찬가지로 특정한 날이 지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매년 요일에 따라 날짜가 바뀌어서 한 번에 대답하는 경우도 드물었는데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니 흥미롭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으나 쉴 새 없이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쉰다고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다른 점에서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위의 통계자료에서도 볼 수 있었다시피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도 휴일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오히려 기업이나 정부나 반성해야 할 부분임을 시사한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현명하게 공휴일을 즐길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기업과 정부가 힘써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