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기능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
쌀을 씻고, 씻은 쌀의 5배 정도의 물을 더해 밥을 한다. 냄비에 끓이면 눌어붙는 게 신경 쓰이니까 죽을 만들 때는 전기 밥솥을 이용할 때가 많다. 취사를 누르고 곁들여 먹을 밑반찬과 간장을 준비한다. 밥솥 추가 칙칙거리며 만들어내는 고소한 내음. 찹쌀은 쌀보다 냄새가 진하다. 반짝반짝 윤기가 돌고 통통한 찹쌀이 적당히 퍼지고 엉겨붙은 죽에 간장을 조금씩 올려먹으면 속이 점점 뜨끈해진다. 따뜻한 성질의 찹쌀이 아픈 배를 어루만져주길 바라며 천천히 후후 불어 먹는다.
며칠 전 아이가 속 탈이 났다. 찌푸린 얼굴로 배가 욱신욱신하다고 말하는 아이가 잠든 뒤, 찹쌀을 씻어 불렸다. 다행히 심하게 탈이 난 건 아닌지, 약간의 약과 세 번의 죽 그리고 두 번의 매실즙으로 통증은 잦아들었다. 배가 아플 때는 밀가루를 피하려고 하는데, 빵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간식으로 줄 게 마땅치 않아 고민하다 가래떡과 쑥인절미를 집어들었다. 우유나 유제품도 피해야 하므로, 물에 미숫가루와 양배추 가루, 꿀을 넣어 고루 섞는다. 양배추 가루도 꿀도 모두 속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쑥도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니 어느정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을 얹어 내준다. 저녁에는 생강채를 얹어 생선을 굽는다. 생강은 정장 작용을 하고, 기름기 적은 생선은 소화기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아침은 부드러운 계란찜으로 준비한다. 알끈을 걷어내고 맛술과 소금을 섞어 잘 섞어준 뒤 찌거나 중탕한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따뜻해 속 부담 없이 먹기 좋을 것이다.
"기름기와 밀가루는 피할 것, 과일과 과일 주스도 피할 것. 하지만 바나나는 괜찮다. 죽에 넣을 간장에도 기름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
병원에서 들은 주의 사항을 되내이며 아이의 배를 시계방향으로 쓰다듬어 준다.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지압해주고 한참을 쓰다듬은 배 위에 따뜻한 찜질돌을 올려놓는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속 탈이 나는 것이 참 싫었다. 미식미식한 느낌이 들면 어쩔 줄을 몰랐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따주는 게 무섭기보다는 체한 느낌이 더 싫어 속이 안좋을 때면 기꺼이 손을 내밀곤 했다. 결혼할 때 엄마가 사주신 사혈침은 지금도 남편과 내가 체했을 때 제일 먼저 꺼내드는 아이템이다. 사지의 막힌 피를 밖으로 내는 게 과연 도움이 되겠냐고 반신반의했던 그도 기분 탓인지 따는 게 좋은 거 같다고 한다.
식구들이 속 탈이 났을 때 먹기 좋은 음식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자꾸 상기하려고 한다. 건강할 때 까먹었다가 요즘 같은 상황이 되면 다시 허둥지둥 찾아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매실, 양배추, 생강, 꿀, 무, 바나나. 기억할 것.
큰 아이는 피곤하거나 몸이 힘들면 소화 기관 쪽으로 탈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 나는 계속 공부를 해야 겠다. 맛있는 음식과 건강한 음식의 접점을 잘 찾아가야겠다. 밀가루와 가공식품 쪽으로만 아이들이 달려가지 않을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의 몸을 튼튼하게 지켜갈 수 있는 입맛과 힘을 기르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