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 않은 존재감
파스타 소스, 샐러드 드레싱, 탕수육 소스, 비빔밥 양념장, 돈까스 소스, 마요네즈, 케찹 등. 밥을 먹거나 요리할 때 소스를 사용하는 횟수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그런데 소스의 대부분에는 '기름'이 포함된다. 얕게나마 기름에 대해 공부한 뒤로는 올리브유나 아보카도유, 현미유(냉압착 기준)를 사용하지 않은 소스 제품을 구입하는 게 망설여졌다. 특히 마요네즈나 참치. 마요네즈는 기름과 계란이 주 재료이고, 참치는 기름을 잔뜩 넣어 보존해놓은 건데, 내 기준에 맞지 않은 걸 살 바에는 직접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첫 타자는 마요네즈였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았고, 과연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었다. 보관 기간이 길지 않고, 실패할 수 있으므로 양을 많지 않게 만들었는데, 하면서 사실은 '괜히 했나' 싶었다. 맛도, 질감도 모든 면에서 시판의 것보다 부족했으니까 말이다. 너무 묽고 덜 고소하고 기름 냄새가 생각보다 많이 나는 것 같고. 괜찮을까 우려하며 냉장고에 보관했는데, 채소 등의 재료와 어우러지면 생각보다 제 역할을 잘 해냈고, 케첩과 피클 등을 섞어 만든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는 (나에 비하여) 미각이 예민한 그에게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을 때 마음이 편했다.
품이 드는 일을 늘 기꺼이 할 수는 없다. 시간을 들인 결과물이 늘 근사한 것도 아니다. 돈은 좀 들더라도 시장에서 사오면 보장된 맛인 데다 편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일신이 편안할수록 몸과 환경에 안 좋은 경우가 많다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은 방법을 취하려 애쓰지만, 힘들 때 손내밀 수 있는 치트키는 준비해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성분이 안전한 제품을 알아두고, 자주 사용하는 소스나 드레싱은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정리해 눈 가까이에 두는 식으로 말이다.
얼마 전 포케 소스와 기름을 베이스로 한 드레싱 소스 레서피를 정리하다가 깨달은 건, 쓰이는 재료의 대부분이 비슷한 패턴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기름(올리브유나 들기름), 식초나 레몬즙, 소금 약간(때에 따라 간장), 설탕이나 꿀 혹은 알룰로오스. 그러니까, 고소한 건, 신 것, 짠 것, 단 것을 적당한 비율로 조합하고 특별함을 원할 때는 통겨자(홀그레인 머스타드)나 들깨 혹은 참깨가루, 마요네즈 등을 더해주는 식이다.
아직 나는 소스 초보가 분명하다. 소스를 만드려고 이것저것 꺼내 조합하는 게 아직도 썩 수월하지는 않다. 하지만 많지 않은 재료로 간단히, 맛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먹으며 살려는 결심은 오늘도 굳건하다. 성분표에 수많은 원재료가,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생소한 호칭이 열거되어 이는 제품은 지양하고 싶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든 소스의 맛도, 들이는 시간도 지금보다 일취월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