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양배추
돈까스 집을 가면 소복히 쌓여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를 몇 번이나 리필해 먹곤 했다. 얇게 얇게 곱게 포개져 있는 하얀 양배추 더미. 양배추의 굵은 심지 부분도 실같이 썰어내면 풋내가 없어지고 소스가 알맞게 스며 사각사각 맛있었다. 흔지는 않았지만 간혹 양배추와 소금참기름을 기본으로 내어주는 이자카야에 가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양배추. 심지가 살아있고 굴직해 아삭거리는 식감이 참기름의 고소함과 아주 잘 어울렸다.
집에서 양배추를 돈까스 집처럼 가늘게 썰기란 너무도 어렵다. 채칼도 사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지금도 최대한 얇게 썬다고 썰어도 그때 내가 먹었던 양배추만 하지는 못하다. 그래도 여전히 양배추는 좋고, 떨어질 때쯤 재빨리 또 사게 된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얇게 썰어 마요네즈와 케찹을 고루 섞어 먹는 건 언제 먹어도 맛있고, 올리브오일과 참기름 간장이나 소금, 깨를 넣어 버무리면 질리지 않는다. 생으로 먹는 게 영양 섭취 면에서 좋다지만, 풋내때문에 행여 양배추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을 갖게 될까 겁나 아이들에게 줄 때는 살짝 익혀 주는데 그 식감은 또 그것대로 즐길 만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잘 소진되는 건, 양배추와 계란, 부침가루와 간장을 섞어 부친 양배추전이다. 더 고소하게 만들고 싶을 대는 모짜렐라 치즈를, 감칠맛이 필요할 땐 양파가루를 추가하기도 한다. 가끔 당근을 채썰어 넣으면, 드문드문 주황이 꽤나 예쁘다. 오리 고기를 볶을 때 양배추를 넣어 함께 볶으면 오리 기름이 스며 색다르고, 닭다리살을 소금과 버터에 구울 때도 마지막 즈음에 양배추를 넣으면 양배추에 맛있는 즙이 몽땅 배어 계속 집어먹게 된다. CCA 주스를 만들 때도 양껏 넣어주면, 사과 맛과 어우러져 고소하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치즈와 햄 사이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낸다.
하얗고 단단하고 동글동글 예쁜 양배추. 맛있고 든든한 양배추.
양배추를 사서 그냥 두다 보면 양배추 심지 부분이 볼록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스스로 생장하려는 성질때문에 영양이 심지에 모여 그런 것이므로 제일 먼저 심지 부분을 도려내야 잎 부분에 영양이 응축되게 할 수 있다. 심지를 잘라 놓으면 한장 한장 떼내기도 편하다. 양배추를 사서 처음에 몽땅 용도별로 손질하는 멋진! 분들도 많지만 난 그렇게 부지런하지는 못해, 쓸 때마다 몇 장을 뜯어쓰는 편이다. 그렇기에 떼내기 쉬운 상태로 유지하는 건 중요한 포인트다. 잘라낸 심지는 잘게 잘라 CCA 주스에 넣으면 좋다. 양배추를 반으로 자른 뒤 방치하면 칼로 잘라낸 부분이 거뭇하게 변하곤 하는데, 꼭 양배추에게 상처를 낸 것만 같아 마음이 안좋아 그 뒤로는 더욱 한장 한장 떼어내 쓰도록 신경 쓰고 있다.
가끔 가다 양배추로 된장국을 끓여도 별미다. 한식의 진하고 구수한 풍미의 된장국보단 일식 느낌으로 미역 약간과 두부 혹은 유부, 썰어낸 양배추를 넣고 푹 끓이다 미소 된장을 풀어주면 가볍게 훌훌 먹기 좋은 장국이 된다. 사실 양배추의 풍부한 비타민 C와 비타민 U(위 점막의 재생을 돕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정식 비타민으로 인정받지는 않았지만,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흔히들 비타민 U라고 부르고 있다)는 수용성인 탓에 가열하면 즙으로 빠져 나가기에, 양배추를 국에 넣어 국물에 비타민을 꽉 가두면 더 영양을 알차게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겉잎과 심지 주변에 많이 모여있으니 국에 넣든 주스에 넣든 심지를 꼭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
어제는 양배추전을 먹었고, 오늘 아침에는 참기름과 소금에 버무려 먹었다. 같이 사는 이의 손에는 양배추를 듬뿍 넣은 CCA 주스를 들려보낸다. 속 탈이 자주 나는 내 사람들이 양배추의 위 점막 보호 파워로 위가 튼튼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만간 채썬 양배추 위에 슬라이스 사과를 올린 샐러드를 해먹어야지. 적양배추도 곧 먹기 시작해야겠다. 일반 양배추에 적색빛 무적의 안토시아닌이 더해진 붉은 양배추. 반짝이는 잎사귀를 착착 손질하다보면 식사의 지평이 또 한뼘 넓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