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보호자 없이 혼자 휠체어로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겠지만, 대중교통은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버스의 출입구는 버스 승강장보다 높고 트램의 철로는 승강장과 한 보폭쯤 떨어져있습니다. 별 것 아닌 허들이지만 휠체어에겐 그렇지 않아요. 한 폭의 거리를 넘어가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기하게도 독일의 대중교통은 이런 문제에 아주 고전적이고 효과적인 매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 보폭만큼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에요.
승강장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으면 운전사는 큰 쇠막대기같은 것을 가지고 내립니다. 그리고 승강장과 탈것 사이에 버스/트램 바닥에서 간이발판(?)을 꺼내 줍니다. 휠체어가 스스로 올라갈 수 있도록요.
이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휳체어를 탄 사람은 ,Danke, 라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운전사가 귀찮은 내색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운전사의 당연한 업무 중 하나이고, 이용객의 마땅한 권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에요. 운전석에 있던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내려서, 막대기로 바닥의 간이발판을 꺼내 설치하고, 휠체어가 올라가고 난 후엔 다시 판을 뺀 다음 운전석으로 돌아와야하니까요.
사실 이보다 경제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올려주는 것이에요. 한 보폭의 거리란 그 동작으로 충분하니까요.
그럼에도 구태여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그것은 내가 주고 싶은 도움이 아니라 도움받는 자의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같습니다.
도움이란, 받고 싶을 때 받는 것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도움은,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도움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선의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베풀고 그것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의 이기심이 아닐까요. 내가 주고싶은 것을 주고 하고싶은 것을 하고 ‘너를 위한거야’ 라고 주장하는 폭력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배려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아요. 잘해주고도 욕 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배려는 매우 쉽습니다.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딱 그만큼만, 그 정도만 건내어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