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강박에게

by lee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세수하느라 더러워진 거울을 닦습니다. 부엌으로 가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전 날 설거지 해놓은 그릇들을 찬장에 정리합니다. 막 끓인 뜨거운 커피를 늘 마시는 잔에 담아 거실에 앉습니다. 폼롤러에 다리를 올리고 가벼운 욱진함을 느끼며 천천히 커피를 마셔요. 여름엔 어스름이 새벽 샛별을 보며, 겨울에는 아직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아주 천천히 커피를 마십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한 잔을 다 마시고 또 한 잔을 따라와요. 그러다보면 금새 다섯시가 되어 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매일 그 시간에 집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매트를 펴 놓고 늘 하던 순서대로, 늘 하는 동작으로 변함없이요. 주 3회 헬스장을 가기로 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납니다. 눈 뜨는 시간은 같지만,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하고, 안될 일들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꿈꿉니다.

9시가 되면 후루룩 청소기를 돌리고 화장실 거울을 다시 닦고, 세면대를 솔기계로 문지릅니다. 9시 전에 청소기를 돌리는 건 이웃집에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서요.

집에서 먹을 땐 거의 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잔뜩 볶아놓은 냉동야채에 고기나 생선이나 계란을 먹어요. 어쩔 땐 샐러리가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날엔 버섯이 생기기도 하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소금만 넣어 먹는 조리법도 비슷해요.

밤이 되면 세수를 하고 얼굴엔 세럼 두 가지와 수분크림을, 발과 종아리에 좋아하는 바디로션을, 목 뒤에는 페퍼민트 오일을 떨어뜨립니다. 립밤보다는 바셀린을 써요. 그리고 멜라토닌을 먹고 침대로 들어가면 나의 하루가 끝이 납니다.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단조롭지만 평온합니다. 변화가 싫고 예외가 싫어요. 물처럼 똑같이 흐르는 하루하루가 좋아요.


나의 강박을 사랑합니다. 화장실 거울을 닦지 않으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도, 운동을 하는 동안도, 아침을 먹는 동안도 사라지지 않는 불편함을 좋아합니다.


매일 하는 나의 루틴이 편안합니다. 커피-운동-청소로 이어지는 루틴을 지키고 나면 나도 집도 단정해져 있습니다.


늘 같은 것을 먹는 것은 맛이 있는 것 같지도 맛이 없는 것 같지도 않아요. 소금은 언제 먹어도 짜고, 고기는 언제 먹어도 기름지고, 계란은 언제 먹어도 목이 막힙니다.

주 3회 웨이트라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편한 마음에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세아리는 나의 불편함을 좋아합니다.

나는 나의 강박을 좋아합니다. 나를 어제와 같이 살게 만들고, 내일의 나를 예상하게 만드는 나의 강박을 좋아합니다.




나의 하루가 이토록 단조롭고 일정해야 하는 이유는, 나의 불안때문입니다. 나를 받치는 기둥이 나에게는 없어요. 작은 흔들림도, 작은 변화도 나에게는 균열입니다.


나를 다루는 방법이 간단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시간에 밥을 먹이듯, 하루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극을 주면 나는 그렇게 길들여질 것 같습니다.

나의 강박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져요. 나를 받치는 기둥을 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거 같아요.



함부로 나에게 습관을 만들지 마세요.

배여버리게, 새겨져 버리게, 만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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